현대경제연구원 “성장 대부분 건설투자 의존…민간소비 기여 낮아”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년 6개월만에 1%대를 기록하는 등 경기지표가 개선됐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장 대부분이 건설투자에 의한 것인 만큼 불안요인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최근의 경제성장률 상승은 핵심지표인 민간소비가 아닌 건설투자에 의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감지된다. 고용시장의 신규취업자 수가 40만 명대로 높아졌지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보고서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많이 증가해 회복세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호조 속에 제조업 중심으로 설비투자 회복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4월 설비투자가 급락한 것은 불안요인이다. 가계와 기업의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소비지표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소비절벽이 해소되는 모습이지만 지속성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호조로 민간 부문이 견인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공공 부문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다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의 경우 민간 부문 수주가 약화하고 있고 공공 부문은 방향성이 불확실한 모습이다.
전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건설투자 지표도 지속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성장했던 민간부문은 선행지표 격인 건설수주액이 약화되고 있다. 최근 개선세를 보이던 공공부문도 방향성이 불확실한 모습이다.
단가 회복에 기댄 수출 성장세 또한 기반이 견고하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향후 수출회복이 강화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경제상황은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구조’”라며 “소비지표가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최근 수출 경기와 제조업 생산활동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면서 설비투자의 확장세가 주춤거리는 점은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고 전했다.
향후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고서는 “앞으로도 수출 경기 호조가 이어지면 시차를 두고 내수 부문이 살아나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그러나 수출에 문제가 생기거나, 건설투자가 성장력을 잃어버리면 경제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더블딥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