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여성기관을 찾아]“미혼모·다문화…가족 다양화, 사회적 문제로 접근할 때”

입력 2017-06-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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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2015년 4월 여가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태석 이사장. ‘여성 정책통’으로 불리는 김 이사장은 가족정책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한부모, 미혼모, 다문화 등 형태와 관계없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건강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죠. 한국사회도 가족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 이사장은 가족 형태마다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족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급변하는 가족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가정의 기능을 회복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한가원의 핵심역할임을 알렸다.

김 이사장은 건강한 가족공동체라는 막중한 사회적 책임과 임무를 수행하고자 가족의 가치 확산과 위기의 가족을 지원하고자 선봉에 섰다.

김 이사장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조달청을 시작으로 정무장관실, 대통령 비서실, 여성부 등을 두루 거쳤으며, 2002년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줄곧 여성부에 몸담아왔다. 여성부에서는 보육정책국장,기획조정실장, 여성정책본부 본부장, 청소년 정책실장 등 주요보직에서 중책을 맡았다. 2011에는 여가부 출신 최초로 차관까지 올랐다. 2015년 4월 여가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수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족정책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가원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 공직생활의 3분의 2를 투신한 가족정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직과 사업 안정화에 주력… 업무영역 확장도 = 김 이사장이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2011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가원이 2015년 여가부 산하 기관이 되면서 조직에 변화가 일었고, 그 변화의 시작에 김 이사장이 함께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과 사업이 안정화된 것입니다. 2015년 법정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새롭게 설치ㆍ운영하게 됐고, 직원들의 신분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뀌었죠. 사업내용도 한시적인 고용관계로 진행되는 수탁사업에서 업무자율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본사업으로 전환돼 조직이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지원대상 범위와 업무영역도 넓어졌다. 기존의 일반가족과 다문화가족 중심에서 한부모ㆍ미성년자녀ㆍ미혼모ㆍ위기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대상으로 확대됐다. 전국단위의 가족서비스 전달체계인 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정지원센터·통합센터를 기반으로 한부모 상담전화(1644-6621) 운영, 양육비이행을 위한 법률소송 등 가족기능 회복을 위한 직접 지원도 나선다.

“근래에 우리 가정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양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외에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등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구성원도 소규모화돼 1~2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죠. 또,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아이를 혼자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가정도 많습니다. 다양한 가족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매뉴얼 개발, 센터직원들의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 인식개선 사업 등을 통해 가족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관리합니다. 이것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엔 ‘여성’ 업무한다고 놀림받기도 = 김 이사장은 25년 넘도록 한 우물만 팠다. 여성발전기본법(1995년), 가정폭력특별법(1997년), 남녀고용평등법(1999년), 성매매 특별법(2004년), 호주제 폐지(2005년) 등 법 제정 당시 정책실무자로서 늘 함께 했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다. 오랜기간 여성·가족정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덕에 여성정책통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2011년에는 여가부 출신으로선 최초로 차관자리를 꿰찼다. 공직생활 31년 만이다.

“여성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성문제는 남녀권리문제가 아닌 인권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것을 많이 실감합니다. 우리나라 여성정책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실무자로서 경험할 수 있어서 보람됐죠. 그동안 추진했던 아동·청소년·가족 대상 업무는 현재 한가원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지원사업과 큰 틀을 같이하고 있어 지원체계 강화나 사업 시행 등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랜기간 가정에서,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이유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가 지배하던 1990년대에 ‘남성이 여성업무’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992년 정무2장관실에서 여성업무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12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아버지께서 축하한다는 말씀을 안 하시더군요. 그땐 여성정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들의 놀림감이기도 했죠. 회의에 여성의제가 올라오면 ‘그게 무슨 정책과제냐’며 배제되기 일쑤였습니다. 이 업무를 20여년 하면서 여성문제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껴요. 새상이 바뀐거죠. 국장으로 승진할 때는 아버지께서 축하해주시더군요. (웃음)”

◇치맥할 수 있는 친근한 기관장…소통ㆍ공감ㆍ공유가 핵심가치 = 김 이사장에게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친근한 기관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원하는 리더십은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기관장’이다.

“소통리더십, 공명리더십을 지난 2년간 가장 큰 경영가치로 생각했습니다. 리더가 보유하고 있는 정서적 지능을 활용해 직원 개개인의 감성적 부분을 어루만지고,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공유하며 리더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을 여가부 재직 시절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김 이사장은 직원 간의 수평적인 소통 시간, 상하직원들 간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월 1회 자유로운 의견제시와 소통을 위한 ‘상생마당’을 열고 있다. 아침을 제공해주는 ‘신나는 금요일 Talk, Talk, Talk’은 매주 금요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되고 있고, 가끔은 직원들의 쓴소리도 들으면서 소통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기 초반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은 기존 기관에 새로운 조직(양육비이행원)이 함께 설치됨에 따라 서로 이해하고 업무를 조화롭게 이뤄나가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조직구성원들의 신뢰도와 이해도를 더욱 높여 나가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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