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7년만에 미국 시장에서 그랜저(수출명 아제라)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대형 세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그랜저이지만 미국에서는 쏘나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며 판매 부진에 시달린 탓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판매 중단 등을 통해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 하며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 美에 그랜저 수출 중단…"판매 부진 때문" = 6일 관련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8년 브랜드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그랜저(수출명 아제라)를 제외했다.
현대차 측은 "그랜저는 프리미엄 세단형 자동차로 현대자동차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성공적인 모델이었다"면서도 "현대자동차의 북미 시장 모델 라인업을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그랜저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그랜저 철수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관련해 판매량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경우 출시 이후 7개월 연속 1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기모델이지만 미국에서는 쏘나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랜저가 애초부터 비인기 모델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9월 처음 미국 시장에 수출된 그랜저는 2001년 1만7884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연간 최대 실적인 2만6833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대형차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겪었고 2011년에는 1000대 수준까지 판매량이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월 400대에 수준에 불과한 판매량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 제네시스가 급부상 하면서 그랜저는 더욱 설 곳을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현대차 역시 " 앞으로 그랜저의 빈자리를 제네시스가 채우게 될 것"이라며 "그랜저의 주고객층이 제네시스 G80 또는 G90 모델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미국 시장 판매 전략도 전면 수정 = 현대차의 그랜저 철수 방침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전략 수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발표한 6월 실적만 보더라도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9.3% 감소한 5만4507대 판매에 그쳤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34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며 심기일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델을 과감히 정리하고 신형 모델을 적극 출시,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랜저 수출 중단을 통한 시장 철수를 결정했으며 2018년형 벨로스터 모델을 선보이지 않기로 했다. 미국 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를 반영해 SUV 비중은 확대한다. 올 하반기 현대차의 기대작인 코나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는 세단 위주의 기존 성장방식을 고수하면서 SUV 확장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