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SK하이닉스의 자회사 격상이다. SK 사업의 큰 축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정유·화학’과 SK텔레콤의 ‘통신’이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면서 SK가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를 종속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는 현재 ‘최태원 회장→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보유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가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 비해 한 단계 더 거쳐야 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최태원 SK 회장의 영향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SK는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조 원을 베팅해 일본 민관 공동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개발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에 포함돼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청주 공장에 2025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대규모 낸드플래시용 생산라인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SK가 SK텔레콤을 분할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변화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한 뒤 SK텔레콤 지주사는 SK㈜와 합병하고,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시킨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SK는 “SK텔레콤 인적 분할 검토는 그 어떤 것도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자회사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국내 업체를 인수·합병(M&A)하려면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자회사 전환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