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나스닥지수보다 가치 낮아지기 일보 직전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거래소의 차이넥스트(ChiNext·창업판)지수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2015년 중국증시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차이넥스트지수 밸류에이션은 사상 처음으로 나스닥지수보다 가치가 낮아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있다. 최근 실적을 바탕으로 한 차이넥스트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36.2배를 기록하고 있으며 나스닥 종목은 34.3배 수준이다. 이에 두 지수의 밸류에이션 차이는 지난 2010년 차이넥스트 출범 이후 가장 작은 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IT 부문 스타트업이 구성 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이넥스트지수는 지난 1년간 25% 하락해 26% 오른 나스닥지수와 대조됐다.
중국 금융당국이 금융시스템 내 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고자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차이넥스트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지난 1년간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치러진 5년 주기의 금융공작회의에서 당국이 금융리스크 억제에 더욱 활발히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이넥스트 종목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졌다. 이에 차이넥스트지수는 지난 17일 5% 이상 하락해 지난 2015년 1월 16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당시 차이넥스트 종목 중 약 500개가 하루 변동폭 한계인 10%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기업 실적 부진도 차이넥스트 추락에 일조했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러에코의 상장 자회사 러스인터넷정보기술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6억3670만~6억4170만 위안에 달해, 1년 전 같은 기간의 2억8440만 위안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싱크로열플러시인포매이션네트워크 등 다른 기업도 실적 부진 경고를 내보냈다.
추즈청 ICBC인터내셔널리서치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유동성 긴축 상황과 기업공개(IPO) 물량 부담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졌다”며 “당국은 금융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차이넥스트지수는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의 약진이 전체 증시 붕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 우량기업 50곳의 주가를 종합한 상하이50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15% 올라 2015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등 차이넥스트와 대조됐다.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영 대기업에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7일 차이넥스트 부진에 동반 하락했으나 이후 3거래일간 상승세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