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쌍방폭행의 가해자로 내몰린 사건이 발생했다. 정당방위에 대한 좁은 해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YTN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박 모 씨는 8개월을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폭행은 박 씨의 집안에서도 계속돼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 남자친구는 직장에까지 협박 전화를 걸어 “너는 내가 평생 가만히 안 놔둘 거다”며 협박했고 결국 박 씨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박 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전 남자친구를 밀쳤다는 이유로 박 씨를 쌍방폭팽의 가해자로 입건했다. 전 남자친구가 경찰에 제출한 전치 2주 진단서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무조건 고소장이 접수되면 입건을 해야 한다”며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CCTV 증거도 없다”고 해명했다.
박 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8개월 후에야 무혐의가 입증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굉장히 협소하게 보고 있다”며 “피해자가 같이 맞대응 하다가는 본인도 가해자가 돼버린다”고 말해 정당방위에 대한 좁은 해석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쌍방폭행 혐의가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당방위에 대한 수사지침을 개정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처럼 사유재산이나 신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