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마일직(三馬一職). 세 마리의 말이 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영국과 일본 등 소수의 말산업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이 말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국내 말산업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3조41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1816억 원) 증가했다. 경마 부문은 2조6642억 원으로 2.6%, 승마 부문은 1111억 원으로 1.9% 각각 성장했다. 말 관련업은 22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5% 급증했다.
말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도 늘었다. 말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1만67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했다. 마사회 7633명, 경마마필 관계자 2088명, 승마시설업 2365명, 말사육농가 1310명 등이다.
지난해 말 사육 두수는 2만7116마리로 전년 대비 786두(3.0%) 늘었다. 승마용 1만766두(39.7%), 경주용 7732두(28.5%), 번식용 4494두(16.6%), 육용 887두(3.3%) 등이다.
이 기간 말산업 사업체는 2278개소로 전년 대비 226개소(11%), 승마시설은 479개소로 22개소(4.8%) 각각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체험승마자는 89만951명으로 6만545명(7.3%) 급증했다. 정기승마자도 4만7471명으로 4497명(10.5%) 늘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세는 정부의 말산업 육성 계획이 일정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정부는 2011년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1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말산업 성장의 주요 지표인 말 두수와 사업체 수, 승마장 및 승마인구 확대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2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이 시행되는 원년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말산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뚜렷하다. 우리나라 말 산업은 경마 부문이 78.1%를 차지한다. 경마가 말산업 전체를 먹여 살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마 매출은 2011년 이후 수평선을 그리며 정체 현상을 보이는 중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승마의 일반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차 산업인 생산과 사육에서 2차 산업인 사료, 장구 및 3차 산업인 승마, 관광, 교육, 재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말산업이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승마인구 확대가 핵심이란 이유에서다.
주 정부에서 말산업을 관리하며 승마와 스포츠쇼가 발달한 미국은 보건과 농촌개발에 정책 방향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는 여성 스포츠 분야 1위가 승마다. 말을 이용한 농촌 관광도 활성화됐다. 독일은 승마연맹(FN)이 관련 조직과 연계해 승마관련 입법과 교육, 인증 등 모든 부분을 주도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승마가 매우 활발하다. 경마가 승마에 비해 크게 발달한 일본에서도 최근 승마인구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승마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여전히 높지 않다. 승마장이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초기 승마사업이 소수의 엘리트 중심으로 진행돼 인프라 구축이 미진한 실정이다. 특히 최순실-정유라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승마가 큰 비중으로 등장하면서 국민의 인식은 바닥을 치게 됐다.
업계는 유소년 승마 육성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프랑스가 1994년부터 유소년 승마로 전체 수요를 이끌어낸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승마 수요는 농촌관광과 승용마 수요 창출로 이어져 농가 소득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한다.
말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승마 산업은 문화, 기타서비스업, 오락서비스 부문 등과 비교 시 생산유발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승마종목 채택에 따른 경제유발 규모는 1315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21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마사회는 승마인구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찾아가는 승마체험’으로 초등학교에 승마를 보급하는 한편, 유소년 승마클럽은 2022년까지 1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에 특화된 관광승마를 통해 승마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지형적인 특색을 활용한 승마길 조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전 국민 말타기 운동’ 등의 사업을 통해 강습비 부담 완화와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마사회는 올해 3월부터 유소년 승마 활성화를 위한 시범학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승마를 학교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제주 서귀포시 2개 초등학교가 대상이다. 학생들은 정규 체육시간에 서귀포산업과학고 승마시설로 이동해 이론에서 경속보까지 체계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마사회는 올해 11월까지 해당 사업을 진행해 나온 운영 결과를 토대로 승마의 학교 정규과목 채택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체계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마사회는 올해 11월까지 해당 사업을 진행해 나온 운영결과를 토대로 승마의 학교 정규과목 채택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