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였던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 실장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정유라(21) 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최종 의사결정은 본인이 직접 결정해 이 부회장에겐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최 전 실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자신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최 전 실장은 2015년 8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과의 회의에서 '정 씨를 포함한 6명의 선수를 지원해달라'는 최순실(61) 씨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최 전 실장은 그러나 이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승마지원은 대통령이 요청했지만, 정 씨 지원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라며 "저런 상황을 보니 뒤에서 장난질을 친 것 같은데 확인할 수도 없고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 전 실장은 혹여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이 부회장에게 정 씨 승마 지원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투명한 절차 없이 정 씨를 지원해 나중에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최 전 실장은 "문제가 되면 제가 이미 40년 일한 사람이니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후계자인 이 부회장을 구설수에 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이 부회장한테 보고해봤자 어쩔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지금 생각하면 이 부회장이 그때 '스톱'이라고 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도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실장은 이날 본인이 삼성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5년 7월 7일 이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난 이유를 묻자 "국민연금 측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최 전 실장은 "제가 재직하는 동안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 하에 했다"며 "밖에서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이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라 의전 쪽으로 회사를 대표해서 나가다 보니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삼성의 운영체계나 풍토, 관행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