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슈퍼 301조 적용하면 일방적인 보복 금지하는 WTO 규정에 어긋나…그러나 WTO는 자유무역 촉진 역할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가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이전 등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 즉 1974년에 제정된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굳히자 중국은 WTO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신화통신과 인민망 등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301조에 근거한 자국 무역관행 조사가 중미 간 무역관계와 협력을 훼손한다고 성토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의 301조 적용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의 무역보복과 관련한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지재권을 일관되게 보호해왔으며 성과도 거뒀다. WTO 회원국은 일방적인 무역조치를 금지하는 관련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가 ‘비시장경제국’이 수출품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법 수정안을 제정하자 이는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소하기도 했다. WTO는 2년 후 미국이 반덤핑·보조금 조사를 하면서 무역 이중구제를 피하려면 관세율 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중국의 손을 일부 들어주기도 했다.
WTO는 자신을 통한 국제 무역분쟁 해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금지해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WTO가 설립취지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트럼프의 301조 적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WTO의 분쟁해결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WTO에 중국을 무려 16차례나 제소했다. 품목도 알루미늄과 쌀, 구리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WTO 무용론이 팽배해졌다. WTO에 중국을 제소해도 분쟁해결 절차에 보통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불공정 보조금 혜택을 받은 업체들이 다시 이를 토해내도록 하려 해도 별도로 수년간의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등 제재 효과도 미미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WTO가 자유무역을 촉진한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고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끊임없이 “미국이 WTO와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매체들도 트럼프 정부의 301조를 통한 일방적인 무역보복 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지재권 침해 조사는 중국에 침략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긴장을 불식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무역체제(WTO)를 구축했다”며 “50년이 지난 법(301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WTO가 평화로운 세계질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런 체제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미국의 동맹국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거듭 우려했다.
포브스도 WTO는 각국의 국내 정치상황과 무역, 소비자의 권리를 분리시켜 정치인의 요구에 따라 국제무역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왔다며 WTO 규정을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