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 미국 서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예산 확보가 안 될 경우에는 정부 폐쇄도 불사할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연설에서 국경 장벽 건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자신의 지론을 재차 호소했다. 트럼프의 서부 방문은 1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이같은 방침은 불법 이민자 대책 성과를 내세워 국경 장벽 건설 등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공약을 단행할 뜻을 강조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남부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와 반대파 간 충돌사건 이후 거센 반발에 직면, 재계 자문단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등을 돌렸고 결국 최측근이었던 극우성향의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리에서 내쫓았다. 그럼에도 비난이 계속되자 트럼프는 자신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와 CNN TV 등을 차례로 지목하며 “매우 불성실한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비난 여론은 끊이지 않는다. 이날 트럼프의 지지자 집회가 열리는 피닉스 컨벤션 센터 밖에서는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모여 ‘인종차별 반대’ ‘트럼프는 물러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거나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고, 많은 경찰이 투입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그레그 스탠튼 피닉스 시장은 21일자 워싱턴 포스트(WP) 기고에서 “인종 간 긴장에 기름을 부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이번 방문에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7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샬러츠빌 사태 이후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캠페인식 랠리(집회)를 열겠다니 실망스럽다”며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 집회는 부적절하다. 방문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는 이날 집회에 앞서 애리조나 주 유마의 국경 경비 당국의 시설을 시찰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마에서는 국경 장벽 건설이 진행됐는데, 덕분에 불법 입국이 급감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장벽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좋은 장소”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 작년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의회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확보가 안 되면 미국 정부 폐쇄 직전까지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계획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의사 진행 방해자”라고 부르며, “미국이 불법 입국을 엄중하게 단속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