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착 위해 승계 대신 매각"... ‘용단’ 내린 락앤락 김준일 회장

입력 2017-08-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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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색깔서 벗어나 글로벌 기준에 맞게 도약해야”

“39년을 같이 한 락앤락의 역사는 내 삶 자체였고 내 인생 전부였다. 매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창업주로서 욕심과 애정을 내려놓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 있었다.”

김준일(65) 락앤락 창업주가 27일 사모펀드에 보유 주식과 경영권 전량 매도를 결정한 후 밝힌 소회다. 락앤락 매각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기업계에는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락앤락’ 밀폐용기로 국내 1위 생활용품기업 자리를 석권한 후 글로벌 시장까지 제패한 브랜드파워에 연매출 5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거듭난 김준일 회장의 신화가 그만큼 국내 기업계에서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 회장에게는 슬하에 세 아들이 있음에도 가업 승계 대신 매각을 택해 용단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락앤락은 최대주주인 김 회장(52.79%)과 특수관계인 김창호(10.77%)의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지분 63.56% 전량을 사모투자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1만8000원이며 김 회장은 5226억원, 김창호는 1066억원에 주식을 매도했다.

김 회장이 매각 용단을 내린 배경에는 창업주인 자신의 건강 악화 문제와 함께 락앤락을 글로벌 기업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김 회장은 공시 직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창업자의 색깔보다 회사를 글로벌 기준에 적합하게 시스템화해야 한다”며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조직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어피너티에 임직원 고용유지를 보장받았고 지분 재투자를 통해 당분간 회사 경영에도 참여한다. 양도 금액의 일부는 사재를 들여 설립한 공익재단‘아시아발전재단’에 출연할 계획이며 청년 창업 성공을 위해 스타트업 컨설팅이나 벤처캐피털을 운영할 생각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26세이던 1978년‘국진유통’을 설립해 수입한 주방용품을 백화점과 남대문시장에 파는 중간상인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85년 락앤락의 전신인 국진화공을 설립하고 자체 생산을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1998년 ‘락앤락’ 밀폐용기를 출시하고 사명까지 락앤락으로 바꿨다. 2014년 초 중국 사업 위기를 맞기 전까지 2013년 매출액 50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베트남과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악화된 김 회장의 건강도 이번 매각 결정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그는 “당시 불철주야 사태 수습을 위해 일생 최대의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고 창업보다 더 힘든 과정을 겪게 됐다”고 돌이켰다. 그는 “간신히 중국시장은 소생시켰지만 2015년 12월 심혈관 이상으로 위험한 시술을 받았다”며 “다시 건강 악화로 회사가 곤란을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업 승계의 대안에 대해 김 회장은 “아들들이 세상 경험이 많지 않아 회사 승계가 결국 그들에게도 큰 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세 아들 중 둘은 각각 20대와 30대로 락앤락에 평사원으로 재직해왔다. 김 회장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성공률이 가장 낮다. 자식의 의욕과 현실은 다르며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도 그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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