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서 밀려날 수도
앤서니 스카라무치와 스티브 배넌 등 백악관 내에서 권력 암투를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축출된 가운데 다음 타자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 개편 의지를 밝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주리 주 스프링필드의 제조공장에서 있었던 상황이 발단이 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거명하며 칭찬했는데, 정작 백악관에서 세제 개혁을 주도하는 콘의 이름만 쏙 빼놓은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 외에) 또 누가 있었나?”라며 천연덕스럽게 반문했는데, 동행한 참모 중 이름이 거명되지 않은 인물은 콘 위원장 뿐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을 때 콘도 사실상 비난 여론에 동참해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콘 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평등과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결코 백인우월주의자와 신나치, KKK(큐클럭스클랜·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동급으로 취급될 수 없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그룹을 지속적이고 분명하게 비난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대인인 콘 위원장이 트럼프의 발언에 실망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백악관이 급하게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와 콘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 시나리오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콘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사실상 낙점했지만,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중용의 최우선 순위로 두는 트럼프로서는 다른 인물로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옐런 현 의장의 유임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1981년 출범한 로널드 레이건 정권 이후 ‘1기 대통령은 전임자가 선택한 연준 의장을 연임시킨다’는 게 암묵적인 관례였다. 레이건은 전임자인 지미 카터가 기용한 폴 볼커를 1983년 연준 의장에 재임시킨 후 정권 2기에 가서 앨런 그린스펀으로 교체했다. 그린스펀은 18년 반에 걸쳐 장기 집권한 뒤 벤 버냉키에게 물려줬고, 버냉키 역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임했다. 옐런 의장은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콘 위원장은 월가 대형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을 지내다 백악관에 입성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면 연준 수장 인사 후보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