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자기자금 주택보유 가구 대출은 저소득 고령화로 생활자금 가능성 높아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증가세가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택금융 활용을 통한 주택구입 패턴이 확산되어 가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0년대까지는 대출 없이 주로 순수 자기자금으로 구입하던 주택 구입 방식이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금융을 활용한 주택 구입 방식이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는 주택가격의 상승이나 추가적인 주택공급 없이도 주택담보대출 총량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최근 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가격 상승 속도 대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편인데, 이러한 현상도 주택금융 활용 확산의 영향으로 일정 부분 설명할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주택담보대출 없이 순수 자기자금으로 주택을 구입·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많아, 이러한 가구들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전체 자가주택 보유 가구 중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의 비중이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가구들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2016년에도 이 비중이 57.0%로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구들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 ‘순수 자기자금’ 주택보유 가구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소득이 적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한 자가주택 보유자들이 자가주택을 유동화시키는 방식으로 생활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가구들의 가구주가 은퇴 후 소득이 더욱 줄어들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주택담보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한 자가주택 보유 가구들이 일반 주택담보대출 방식으로 주택자산을 유동화하게 되면 소비 등 경제활동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주택연금으로 유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자가주택 자산만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저소득·고령 가구들이 자체적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으면, 이자비용 및 수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소득심사를 강화하여 소득이 낮은 고령 가구들은 주택연금 가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택연금도 엄밀히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의 일종이지만 가계 경제생활의 안정성 측면에서 자체 주택담보대출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자산과 소득에 여유가 있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지 않는 가구들의 경우에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유인이 생기므로 당국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완화시키는 데 정책 목표를 둘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러한 가구들도 추가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유인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가구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배경으로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주택투자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향후에는 주택가격 급락으로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은 자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
자료=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