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모바일과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주요 업체들이 대형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자·IT 업계 공룡으로 떠오른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각변동에 따른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각 사업 분야에서 벌어질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전날 구글은 HTC 스마트폰 부문 인수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애플을 포함한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손에 얻었다. 글로벌 IT업계가 대형 M&A를 통한 새판 짜기에 돌입한 셈이다.
먼저 구글의 HTC 인수는 스마트폰 완제품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을 뒤흔들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80%를 점유하고 있는데, HTC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핸드셋을 함께 출시할 경우 구글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의 아넷 지머만 부사장은 “HTC는 스마트폰 노하우를 구글에 넘겨주게 될 것이며 구글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경험을 통해 자체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강하게 구축해 삼성과 애플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부문 2위 도시바와 손을 잡은 것도 이 부문 1위 삼성전자로서는 위협적이다. 일단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단순 점유율을 합하면 지난 2분기 기준 26.7%로 삼성전자(38.3%)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다.
더 문제는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 애플에 대한 가격 협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애플은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 기업 중 하나다.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은 애플 제품 생산과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애플은 낸드플래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삼성전자에 추가 공급을 요청하는 등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은 애플에 대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해 왔다. 애플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라는 우군을 확보한다면, 삼성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주요 반도체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에 의존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애플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