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투자 계약이 9부 능선을 넘었다.
SK하이닉스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메모리 투자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금액은 2조엔(약 20조원)이며,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은 3950억엔(약 4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금은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기업들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도시바 이사회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한미일 연합은 각각 참여기업들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다시 도시바와 최종 계약을 맺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을 승인함에 따라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3월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방침이다.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게 될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탈, 도시바, 호야,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 다수의 업체가 참여한다. 의결권 지분율은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49.9%로 가장 높고 도시바와 호야는 각각 40.2%와 9.9%다. 애플·킹스톤·시게이트·델 등은 사채형 우선주 형태로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총 투자금액 3950억엔 가운데 1290억엔(약 1조3000억 원)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한다. 향후 적법할 절차를 거쳐 전환 시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2660억엔(약 2조7000억 원)을 베인캐피탈이 조성할 펀드에 LP(펀드출자자) 형태로 투자해 도시바메모리 반도체의 상장시 자본 이득도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도시바메모리 지분 투자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계약을 맺기 전까지 성급하게 판단하면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패한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디지털도 끝까지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전날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일시 중지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5월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중단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중재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린다. 도시바가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되고 채권단은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당초 오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연례 만찬 참석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조정해 일본에 먼저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