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처분’ 논란 확산에 내부조사 TF 구성 ... 국감 앞두고 면피성 결정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당시 무혐의 처분한 SK·애경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내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가습기살균제 부당광고 면죄부’에 대한 비난을 우려한 조치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조사를 위해 구성된 외부 전문가들이 공정위 출신(OB·퇴직자)들로 꾸려진 만큼,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당초 계획에 없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건처리 경위와 결과를 조사하는 일을 맡게 된다.
사실상 내부조사 성격이 짙다. TF는 조사 절차와 내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문제점·시사점·제도개선 방안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TF 구성을 보면 셀프점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뒀지만, 전부 공정위 퇴직자로 불리는 ‘OB’들이다.
우선 TF에 전 공정거래위원장인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를 팀장으로 앉혔다. 외부전문가인 이호영 한양대 교수와 강수진 고려대 교수도 공정위 송무담당관을 지낸 ‘OB’들이다.
무엇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내부조사를 발표한 공정위의 속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내달 19일 잠정 예고된 국감을 앞두고 급조한 면피성 TF로 보는 시각이 높다.
현재 공정위는 2016년 8월 SK·애경 가습기살균제의 부당표시사건을 심의하는 과정에 피해자 3명을 판정한 환경부의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면죄부를 준 탓에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5년의 공소시효(2016년 8월 말)도 지나간 상황이다.
정치권인 여당을 비롯한 야당 내에서도 2016년 가습기살균제 부당표시 사건 부실처리에 대해 질책을 쏟아내는 등 다가올 국감 이슈로 부상할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형사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 행정 처분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전문가를 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은 어려운 분야인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로 구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홍선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TF는 10월부터 11월까지 2달간 운영된다”며 “11월 말까지 사건처리 평가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