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석래(82) 전 효성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1년 8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조 전 회장도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공판기일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야 한다.
조 전 회장은 재판 시작 7분여 전 법정에 들어섰다.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직원들의 부축을 받았다. 회색 정장 차림의 조 전 회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뒤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이따금 자리 위에 놓인 노란색 종이를 읽기도 했다.
재판장이 이름과 직업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하자 조 전 회장은 일어서려 했다. 이를 본 재판장이 "앉아서 해도 된다"고 했고, 조 전 회장은 앉은 상태로 재판장 질문에 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을 물으며 "'사업'이라고 하면 되느냐"고 말하자 "네"라고 답했다.
조 전 회장은 재판 내내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증인신문 도중 검찰이 자금 운용표를 화면에 띄우자 고개를 돌려 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조 전 회장 차명주식 리스트를 만들고 재산을 관리한 효성 전 직원 고모 씨와 이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조 전 회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이 인정한 조 회장의 포탈세액 합계는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120억여 원 △법인세 1237억여 원 등 총 1358억 원이다. 조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법정 구속은 피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직, 지난 7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