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은행 CEO 수난시대…이광구 이어 다음 누구?

입력 2017-11-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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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이 채용비리 문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 전격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전 정부 인사들의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이광구 행장은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논란이 된 채용비리 의혹과 상업·한일 은행 간 계파 갈등으로 인한 여파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의 후신이다.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 통합이 아닌, 대등 합병이다 보니 양 계파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우리은행 한 내부 관계자는 "상업은행 출신이 최근 10년여 간 은행장을 독식해 와서 한일은행 출신들 내부 반발이 거셌다"며 "이광구 행장이 다 덮고 가겠다고 했지만 내부 부역자들이 계속 남아있는 한, 행장 선출 과정에서 계파 간 내부 대립을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은 이광구 행장이 전(前) 정권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퇴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이 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 모임(서금회)’회원이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이 행장이 물갈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었다.

금감원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거취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금감원 신입직원 공채 과정에서 지인의 자녀를 인사청탁했다는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김 회장이 돌연 해외 출장을 연기한 것도 참고인 소환 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6박 7일간 일정으로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MOU협약 관련 출장을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농협금융 측은 “김 회장의 출장 연기는 현지 사정으로 미뤄진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채용비리는 아니지만 특혜승진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최순실 씨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화 전 본부장의 특혜 승진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지난 2월 검찰에 소환됐었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을 전(前) 정권의 적폐로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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