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제명 징계안 확정을 공표했다. 홍 대표는 “저는 오늘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 제명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지 보름 만에 당으로부터 쫓겨나게 됐다.
앞서 윤리위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제1호·2호를 근거로 ‘탈당 권유’ 징계 처분했다. 해당 규정은 각각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와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다.
아울러 이날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제명 결정을 시작으로 지지부진했던 보수통합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당 복귀시점을 가늠하던 바른정당 통합파는 박 전 대통령 출당 등 ‘친박 청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애초 탈당의 명분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이었으므로, 박 전 대통령이 없는 한국당에는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의원총회가 열리는 5일 이후에 탈당을 비롯한 정치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통합으로 가는 항로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다. 우선, 한국당은 친박(친박근혜)계 수장격인 서·최 의원 제명안에는 손대지 못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현역 의원은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 움직임은 서·최 의원 제명에 부정적이다. 만약 이들의 제명이 무산될 경우,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홍 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못 거치고 직권으로 징계안을 가결시킨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홍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이는 당헌당규 위반으로 무효”라며 “홍 대표가 숙고하는 건 받아들이지만 독단으로 결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달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만약 홍 대표가 독단으로 결정을 한다면 앞으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인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실상 당내 친박계 의원을 대표해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홍 대표와 당내 친박계 의원들 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