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7500만 명 달하지만 채권 이자도 못갚아…경쟁 격화에 합병 노력도 물거품
인도 통신 재벌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릴라이언스)가 사상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기 일보 직전까지 몰리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7500만 명 사용자를 자랑하는 릴라이언스의 몰락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이날 채권 이자 975만 달러(약 108억 원) 지급에 실패했다. 해당 이자는 지난 2015년 5월 발행한 5.5년 만기의 3억 달러 규모 회사채에 대한 것으로, 연간 금리는 6.5% 수준이다. 릴라이언스는 유예기간 7일 이내에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면 디폴트를 내게 된다.
릴라이언스는 이날 성명에서 “채무 재조정의 일환으로 내년 12월까지 채무 상환 유예 기간을 잡아놓았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은행과 채권 소유자들에 대한 원금과 이자 상환이 중지된다. 그러나 우리는 계획된 자산 매각을 통해 빚을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라이언스는 지난 3월 기준 순부채가 4434억5000만 루피에 이른다. 반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45억5000만 루피에 불과하다.
인도 최대 부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아닐 암바니가 릴라이언스를 이끌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아닐 암바니의 올해 재산은 3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억만장자인 암바니도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인도시장에서 릴라이언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릴라이언스를 혹독한 경쟁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닐 암바니의 형인 무케시 암바니라는 것이다. 무케시는 자신의 정유사업에서 나오는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가 세운 이통사 릴라이언스지오인포콤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무료 음성통화와 저렴한 데이터 사용료를 내세워 인도 이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암바니 형제는 재산 상속 분쟁으로 인도판 형제의 난을 빚었다가 화해한 전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혹독한 경쟁 속에서 통폐합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릴라이언스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릴라이언스는 에어셀(Aircel)과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반면 영국 보다폰 인도사업부는 올해 아이디어셀룰러와 합병해 바티에어텔에 이어 인도 2위 이통사 지위를 굳혔다. 바티에어텔은 지난달 노르웨이 통신회사 텔레노어 인도 사업부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