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본이 미국산車 무덤 된 이유를 알려주마!

입력 2017-11-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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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크기 등으로 일본인에게 외면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을 근거로 들어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일본산 차가 수백만 대 팔리지만 일본 내에서 미국 차 판매는 저조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은 일본 내 미국산 차 산업을 공부하지 않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작년에 트럭을 포함해 일본에서 팔린 미국 차는 1만9000대를 밑돌았다. 이는 일본 전체에서 팔린 자동차의 0.3%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본이 미국산 차의 무덤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일본인이 타기에 미국 자동차가 말 그대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왼쪽에 운전석이 있는 미국 차들은 일본 시장을 위해 이를 수고롭게 재설계 하지 않는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두 번째 문제는 크기다. 덩치가 큰 미국 차는 일본의 좁은 도로에서 주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일본이 미국 차에 빗장을 걸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 일본은 일종의 트라우마다. 1996년 일본에 상륙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 언론은 크라이슬러가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을 죽일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런 예측을 비켜갔다. 대형차를 선택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외면에 크라이슬러는 고전했다. 크라이슬러는 내년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포드도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물론 크라이슬러가 일본에 상륙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국 자동차는 전보다 더 안정적이며 연료 효율성도 뛰어나고 일부 소형모델들은 일본의 도로망에 적합하다. 문제는 미국 차에 대한 선입견이 한번 생긴 뒤로 일본인들은 미국 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일본과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합작투자를 해 소형차를 생산하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매번 비참했다는 사실이다. 1996년 제너럴모터스(GM)는 도요타와 합작해 미국 오하이오 주 로즈타운에서 일본으로 수출할 ‘카발리에’를 생산했다. 일본에서 연간 2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첫해 판매량은 1만1466대에 그쳤다. 그러자 GM은 2000년을 끝으로 도요타와 합작 투자를 중단했다.

전통적으로 외제차를 좋아하는 야쿠자 수가 감소한 것도 외제차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 3월 야쿠자의 조직원 수는 사상 처음으로 2만 명 이하로 줄었다. 일본 경찰청은 일본 전국 폭력단 구성원 수가 집계를 시작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2만 명 이하로 줄어 최저기록을 찍었다고 밝혔다. 야쿠자는 한때 채권 회수 대행 등으로 금융, 부동산 등 분야에서 수조 단위의 돈을 움직였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암흑의 세계에서 손을 터는 야쿠자들이 속출했다. 현재 일본 내 야쿠자 수는 약 4만 명으로 올해 초보다 회복됐으나 큰손 노릇을 하던 예전 명성은 잃었다.

다만, 모든 외산 차가 일본에서 부진한 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독일 명차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야쿠자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고 있다. 벤츠처럼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야쿠자들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한다면 일본에서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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