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단기어음 발행’ 인가 유일…“한국판 골드만삭스 목표”…‘수익성→자기자본→대형화’ 선순환 기대
“국가 경제가 돌아가는 데 있어서 금융이 ‘핏줄’ 같은 역할이라면, 금융시장의‘동맥경화’를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소임으로 생각하고 임하겠습니다.”
유상호 사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며 증권업계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한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핵심 내용인 단기어음 발행 업무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심사절차를 마친 한국투자증권만 인가를 받아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의 초대형 IB로 출발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에만 허용된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회사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기존 자금조달 방법인 은행 차입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과 비교해 운용의 제약이 적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자금 확보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국투자증권은 표정을 관리하면서도 ‘1호 초대형 IB’ 타이틀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였다. 유 사장은 이날 금융위의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1년여간의 긴 시간 동안 충실이 준비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발행어음 업무 선두주자로서 개인, 기업,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인가를 앞두고 ‘업권 침해’라는 은행업계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사장은 간담회에서 “증권사이기 때문에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데도 초대형 IB 업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문의를 해왔다”며 “금리를 높게 줘야 하는데도 접촉하는 이유는 기존 은행권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대형 IB의 영역이 ‘은행의 기업금융이 채우지 못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은행권의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유 사장은 “경제가 돌아가는데 금융이 ‘핏줄’이라면 무언가 막힌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업무가 기업금융의 ‘동맥경화’를 뚫어주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소임을 갖고 업무에 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은 금융투자협회에 약관심사를 거쳐 이달 중순께 본격적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약 한 달간 1조 원가량을 발행한 뒤 2018년 4조 원, 2019년 6조 원을 거쳐 2020년에는 발행한도(자기자본의 2배)인 8조 원 이상까지 자금을 조달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영업수익은 수수료영업 80%, 운용수익이 20% 비율이지만 2020년에는 70%, 운용수익 30%의 비율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어음 발행과 기존 IB부문의 시너지 등으로 전체 수익성이 개선되면 ‘수익성 향상→자기자본 확대→추가 대형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금융위는 단기금융업 인가가 완료되지 않은 4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단기금융업 인가의 경우 금감원 심사가 종료된 한국투자증권부터 처리한 것이며, 아직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나머지 4개사는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선위ㆍ금융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