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매각 성사 가능성 높이기 위해 계열사 지분 해소
두산그룹이 선박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엔진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 회사가 소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인수해 주기로 했다.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몸집을 줄이는 것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 같은 방침을 인수 후보자들에게 전달했다. 두산그룹은 아직 두산엔진이 소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인수할 회사를 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해당 지분이 두산엔진 인수 후보자에게 매각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했다. <관련기사 3면>
두산엔진은 두산밥캣 지분 10.55%(1057만8070 주)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23일 종가인 3만3750 원을 적용하면 시장 가치는 3570억 원에 달한다. 두산엔진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5.30%) 역시 두산그룹이 해소해 줄 예정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엔진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이 회사를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두산엔진의 대주주는 두산중공업(지분 42.66% 보유)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회사를 매각하면 5000억 원 안팎의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이 높고, 원전사업의 전망이 불확실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매각해야 한다는 그룹의 의지가 높은 상황이다.
다만 두산그룹이 두산엔진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를 다시 시장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되팔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두산그룹은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엔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중국 및 일본기업을 비롯 복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두산엔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기밀유지협약(NDA)을 두산그룹과 맺었으며 조만간 투자안내서(IM)를 수령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엔진의 본입찰을 12월 중에 실시한 뒤 내년 1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수 후보자의 실사 기간에 따라 두산 측이 계획한 일정은 다소 미뤄질 수 있다. 두산엔진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6394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4억 원, 영업이익 17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