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량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 3분기(7~9월) 세계 무역량은 6년 반 만에 최대 성장률을 나타냈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 등 신흥국의 경기 회복을 기점으로 선진국에서도 거래가 활발해진 영향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역 증가율이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밑도는 ‘슬로 트레이드(Slow Trade)’가 해소될 조짐이 선명하다고 2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경제 정책 분석국은 전날 3분기 세계 무역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율은 2011년 1분기 이후 최대폭이다. 그러나 당시는 리먼 사태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그것을 제외하면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의 최대폭 성장이다. 네덜란드 경제 정책 분석국은 세계 무역을 신속하게 집계해 각국 중앙은행 등이 경기 판단의 지표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무역량이 회복된 계기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후반부터 인프라 투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흥국의 무역 증가율은 6.5%인데, 이를 중국이 견인하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스마트폰 관련 부품 및 제조 장비 거래도 활발하다. 중국발 선순환으로 선진국은 같은 기간 무역량이 4.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무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슬로 트레이드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을 4.2%로 예측했다. 이는 경제성장률(3.6 %)을 3년 만에 웃도는 것이다. 일본은행(BoJ)도 “글로벌 제조업의 생산 · 무역 활동의 회복은 지속될 것”이라며 “무역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은 기조적으로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출은 최근 몇 달 동안 전년 대비 10% 이상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파낙은 중국과 유럽용 공작기계 수출 호조로 10월에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도쿄일렉트론도 반도체 제조장비의 호조 덕에 3분기 매출이 사상 최고였다.
후지쓰종합연구소의 하야카와 히데오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지난해까지는 엔화 약세여도 수출은 성장하기 어려웠다”며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에 좌우되기 쉽다”고 말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의 체감 경기가 상승,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BNP파리바의 고노 류타로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 확대가 9년째”라며 “미국 증시와 중국의 부동산 조정 등 세계 경기 둔화 리스크가 낮아진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주의적 정책이 강해 무역 자유화의 가속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슬로 트레이드(Slow Trade)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세계 무역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상태. 세계적으로 개인 소비와 설비 투자가 침체한 것 등이 배경이다. 중국의 내제화와 잠재 성장률 하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까지 경제의 세계화로 각국의 관계가 강화되고 무역의 성장이 세계의 성장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