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상위 100대 기업들의 최근 5년간(2012~2016년) 현금증가 수준이 중국·일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일·중 100대 기업의 현금흐름 비교분석’을 통해 한국 상위 기업의 현금증가 추이가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지 않았다고 26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100대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하 영업현금흐름)’ 대비 ‘현금증가분’ 비율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영업현금흐름은 한 해 영업활동의 결과로 기업에 유입된 현금을 의미한다. 현금증가분은 영업활동에 투자·재무활동까지 더해 최종적으로 손에 쥐게 된 현금을 뜻한다.
한국의 지난 5년 간 평균값은 5.63%로 중국(10.34%), 일본(9.49%)보다 낮았으며 미국(1.43%)보다는 높았다.
특히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투자금액은 4개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한국의 100대 기업은 4개국 중 영업활동 결과로 들어온 돈을 투자에 가장 많이 지출한 것이다.
‘영업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 투자액’의 평균값은 한국이 59.18%로 가장 높았으며, 일본(56.16%), 중국(54.42%), 미국(39.50%) 등이 이었다.
다만 한국은 2015년부터 그 수치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중국,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사기간 중 투자 비중이 줄었고 미국은 예외였다.
한경연은 우리 기업들이 2015년부터 투자 비중을 줄인 대신 부채상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부채순상환액 추이를 보면 2014년까지는 순차입(마이너스값) 추세를 보였으나 2015년부터 순상환(플러스값)으로 반전됐다. 한경연은 이에 대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경영을 보수적으로 바꾼 결과로 해석했다.
한경연은 조사대상 기업들의 재무상태표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현금성자산 비중 역시 미국 다음으로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한국 기업의 수치는 8.84%로 중국(13.88%), 일본(11.18%)보다 낮았으며 미국(7.83%)보다는 높았다.
또 최근 5년간 한국의 현금성자산 비중은 4개국 중 유일하게 감소(2012년 9.75%→ 2016년 8.84%)했다. 같은 기간 중국(11.87%→13.88%)과 일본(10.31%→11.18%), 미국(7.51%→7.83%) 등은 모두 그 수치가 올라갔다.
이에 한경연은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는 상위 기업들의 현금보유 현황이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곳간에 돈을 많이 쌓아놓았다’는 기존 인식과 차이가 있는 결과다.
한경연은 현금보유 수준이 아니라 현금사용 성향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금을 부채상환 같은 소극적 활동보다 설비투자와 같은 적극적 활동에 쓰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올해 들어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기업이 어렵게 찾은 투자기회를 법령에 가로막혀 놓치는 일이 없도록 각종 규제를 걷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