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GS홈쇼핑으로부터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명목으로 수억 원대의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이 “나와 상관없고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전 수석은 4일 오후 1시 57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지난달 20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된 전 전 수석은 "심경이 어떠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e스포츠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답변을 갈음했다.
그는 “e스포츠 산업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매우 중요한 주역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산업분야 중 하나”라며 “최근엔 중국이 턱밑에까지 쫓아오고 있어서 특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와 같은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상식적으로 조언을 했다”며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 전 수석은 롯데ㆍGS 홈쇼핑으로부터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요구한 것도 이런 차원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나와 상관 없는 일이고 모르는 일”이라며 잘라 말했다.
이어 GS홈쇼핑 관계자와 만난 이후 e스포츠협회의 후원금이 입금된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이 갖는 의문과 오해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각각 후원금 3억3000만 원과 기부금 1억5000만 원을 내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e스포츠협회장을 지낸 전 전 수석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검찰은 특히 GS홈쇼핑의 기부금이 뇌물 혐의를 입증할 '대가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전 전 수석은 2013년 10월 GS홈쇼핑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낸 뒤 허태수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돌연 철회했다. 두 달후 GS홈쇼핑은 e스포츠협회에 기부금 1억5000만 원을 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뒤를 봐주는 대가로 GS홈쇼핑에서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최근 허 대표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수석은 또 옛 국회 보좌진 김모 씨 등과 함께 협회 돈 5억여 원을 자금세탁해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의원실 비서와 인턴 등을 협회 직원으로 꾸며 매달 100만 원씩 약 1년 동안 월급을 준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2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혐의를 보강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GS홈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