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형벌을 감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과 음주 후 범죄에 대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을 내려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른바 ‘주취감형’(酒醉減刑) 논란이 일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주취감형 논란, 발단은? =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 불과 한 달 새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 발단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조두순 사건 때문이다.
주취감형 또는 주취감경(酒醉減輕)이란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의 한 형태로 보고 술에 취한 채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처벌을 줄여준다는 의미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이 2020년 출소 예정인 가운데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서는 관용의 원칙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이다.
실제로 해당 청원은 9월 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수된 이후 종료일인 지난 5일 현재 61만5000여 명이 공감을 표해 최다 참여로 기록됐다.
서명에 동참한 이들은 술을 먹고 범행을 한다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 데도 봐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법의 구멍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청원 제기자는 “또한 강도와 강간,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음주 후 범행)을 이유로 감형받는 경우와 인면수심의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같은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원 제기자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음주 상태라는 것을 입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주취감형이 유지될 경우 형법을 무시하는 행위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며 “음주 여부를 떠나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 십 수만 건에 이르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답변을 내놨다.
조 수석은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때에 따라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이나 작량감경 규정을 적용해 음주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그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수석은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 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라며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감형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4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등이 발의했는데,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의 이 같은 답변은 국민의 ‘법 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 수석은 조두순이 출소하더라도 특정지역 출입금지, 주거지역 제한 등의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함으로써 혹시나 이어질 국민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