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장 “실패도 자산이 되는 시대…SOC보다 디지털·휴먼 투자 시급”

입력 2017-12-18 10:41수정 2017-12-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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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익숙한 과거와의 결별을…27일 공청회 시작으로 민간 목소리 경청

▲김성식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장은 13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을 “익숙한 기득권과 과거의 성공 방식으로부터의 결별, 헤어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다리, 도로 확충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휴먼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회 의원회관 844호.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의 방에 놓인 큼직한 화이트보드엔 깨알 같은 메모들이 가득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김 의원이 특위 운영과 관련한 구상 등을 빼곡히 적어놓은 것이다.

김 의원은 ‘영업비밀’이 노출됐다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드러난 내용은 특위를 이끌 위원장으로서 그가 품은 열의와 설렘이었다.

김 위원장은 13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특위가 다른 특위와 달리 국가 미래를 좌우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위 활동기한이 우선 6개월인 점을 감안, 핵심 어젠다를 꼽아 집중적인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각오다. 특위 본격 가동 전 영화 ‘HER’, ‘블레이드 러너’ 등 대중문화를 섭렵하고 ‘4차산업혁명의 충격’, ‘한국형 4차산업혁명의 미래’, ‘한국의 경제생태계’ 등 전문서적을 읽으면서 국민 눈높이에서부터 단계를 높여가며 특유의 학구열로 4차산업혁명에 접근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민간 주도로 혁신하되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 김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을 익숙한 기득권과 과거의 성공방식으로부터의 결별, 헤어짐” 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과거처럼 정부가 ‘10대 과제’를 꼽고 민간은 정부 예산에 기대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면서 “그간의 배타적 혁신 구조를 개방적으로, 혁신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지 정부가 선구안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해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이 선도하면 정부가 지원하고 국회가 입법적인 틀을 마련하는 개방적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기업 생태계 혁신, 인적자원 확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대기업은 물론 창업과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이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인적자원을 어떻게 확보해 양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실패 없는 성공 자체를 성공으로 인정했다면, 이제는 실패가 자산이 돼 성공하는 시대”라면서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간 공정한 생태계를 이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키아’ 가고 ‘앵그리버드’ 와 … 고용보험 강화 통한 인재 재교육 필요” = 김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데 있어 사회 시스템 혁신과 동시에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자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이 제대로 실행돼야 한다”면서 “미래의 핵심은 사람인 만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주도했던 노키아의 붕괴에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앵그리버드’ 모바일 게임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로비오와 ‘클래시오브클랜’ 모바일 게임을 만든 슈퍼셀이 대표적이다. 핀란드 경제의 거목(노키아)이 쓰러진 자리에 오히려 건강한 씨앗(스타트업)이 살아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키아가 망했다고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했단 뉴스를 본 적 있나”라면서 튼튼한 고용보험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가 예상되지만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는 잃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탄생할 것”이라면서 “이런 일자리 변화에 맞는 직업 재교육, 창의훈련 등의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공무원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인적자본을 키우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다리, 도로 확충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휴먼(human)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공청회 시작, 민간 목소리 경청 “정부와는 생산적 경쟁관계” = 김 위원장은 특위 운영에 있어 우선 민간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위원 한 명당 하나의 어젠다를 세워 향후 입법 작업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해를 넘기기 전인 27일 공청회부터 시작한다.

김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 관련 의제들을 모두 다루는 건 불가능하다. 위원 한 명당 하나씩 의제를 책임지고 비공개 간담회도 자주 여는 등 4차산업혁명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공청회를 두고는 “대한상공회의소, 혁신벤처협의회, 엔젤투자협회, 스타트업 및 관련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혁신 창업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입법화할 것은 무엇인지, 규제 해소와 기타 혁신을 위해 지원할 부분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특위 외에도 타 상임위별로도 같이 논의하면서 다양한 입법 시도를 할 것”이라면서도 “법안 이름에 4차산업혁명을 넣고 안 넣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땜질, 생색내기, 구색 갖추기 식의 특위 운영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한편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와는 ‘생산적 경쟁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업무를 분담하는 진행형 단계이지만 실질적 예산작업을 하는 정부와 입법 의지를 모으는 국회의 역할은 다르다”며 “과거 산업혁명과 다른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에 맞게 제도와 시스템을 혁신 친화적으로 바꾸는 데는 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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