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부 기자
한국증권금융의 신규 사장 선임이 결국 해를 넘긴다. 정지원 전 사장이 한국거래소로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사추위 없이는 사장 후보 공모도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사장 선임 절차에 손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연내 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던 증권금융 측의 답변은 역시나 공수표로 끝났다.
문제는 증권금융의 선장 없는 항해가 두 달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유례없이 오랫동안 사장 자리를 비워둔 김에 나날이 기록을 경신하려나 보다.
연봉 3억 원을 넘는 알토란 같은 자리에 온다는 이가 왜 없을까. 증권금융 사장은 대대로 낙하산 차지였다. 정 전 사장은 물론 그의 전임이었던 박재식 전 사장, 김영과 전 사장, 이두형 전 사장은 모두 금융위원회에서 내려왔다. 결국, 정 전 사장은 또 다른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며 거래소로 떠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엔 어떤 낙하산을 보낼지 ‘윗선’이 확정하지 않아 수장의 공백을 못 본 척하고 있다는 설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미 굵직한 금융권 인사가 매듭을 지은 만큼, 몇 안 되는 남은 자리를 놓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정교한 낙하산을 구상하느라 공들이고 있다는 웃지 못할 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증권금융은 벌써 익숙해진 듯하다. 일부 구성원은 “사장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다”라는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양현근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에 별 문제가 없는데, 굳이 조바심을 낼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돌아온다. 안팎에서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가 스멀스멀 번져나가도 별반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업무 전담기관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이 ‘걱정’보다는 ‘여유’를 안겨 주는 것일까 반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