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산업혁신 촉진할 기회로…銀産분리 예외 허용 인터넷은행 경쟁력 키워야
올 한해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정권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대외적으로는 저금리 기조의 종식과 비트코인 광풍 등 격변이 있었다. 국회의 주요 경제상임위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상임위별 과제로 남은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정무위 관련 현안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정무위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하고자 노력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많이 남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지난 6월부터 정무위원장직을 맡아온 그는 조만간 같은 당 김용태 의원에 바통을 넘기게 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문제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는 가계부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 등 현안들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이끌어왔던 그는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상임위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이 현안들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가상화폐, 규제 위주 정책엔 신중해야” = 이 위원장은 ‘롤러코스터’ 장세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업계현황과 산업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흘러가는 부분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파생된 만큼, 관련 기술·산업 혁신을 촉진할 기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산업 진흥을 위한 측면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무위는 가상화폐 문제를 다루는 주 상임위로, 지난 4일엔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가상통화인지 가상화폐인지 아니면 암호화폐인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도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은 어떠한 규제 방법이 옳은지 명확히 확정 지을 수 없다”며 “금융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에 대해 분리대응한다는 입장이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에선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하려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이라며 “유사수신행위에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원금초과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가상통화를 거래하거나 가상통화 거래로 가장해 금전을 받는 영업행위를 추가해 규제하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 공청회도 연 만큼, 관련 산업의 미래와 진흥을 위한 측면 또한 고려해서 국회 입법방향에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은행 은산분리법, 정부·여당서 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 이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후에도 은산분리 규정으로 제약을 받는 현 상황엔 ‘경쟁력 저하’ 가능성에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중국 인터넷은행인 위어바오 등의 성장속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너무 늦게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은산분리법 완화를 통해 인터넷은행 법인 측에 지분을 50%까지 주려던 게 지난 정부 생각이었는데, 좀 더 주더라도 주도적으로 금융산업을 이끌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엔 은산분리 완화 절대 불가 방침이었지만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 않느냐”며 “정무위원장으로서 인터넷은행법을 처리하려 했던 때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반대만 하는 야당에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이 됐으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리라 본다”고 밝혔다.
최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돼 이른바 ‘3·5·10(식사비 3만 원 이하·선물비 5만 원 이하 선물·경조사비 10만 원 이하) 규정’ 가운데 선물비는 농·축·수산물 포함 시 10만 원으로, 경조사비는 5만 원으로 조정된 데 대해선 긍정평가를 내렸다. 이 위원자은 “법 시행으로 더치페이문화와 영란세트 등장 등 많은 사회적 변화가 나타났고, 우리 사회의 청렴도와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긍정적 성과만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아 농축산업과 외식업계 등 소상인들의 삶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어려운 농축수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했다. 농업인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세심히 살펴보고 그에 따른 보완책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부작용 방지 못 하면 더 큰 문제” = 이 위원장은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 11월에만 10조1000억 원이 증가한 금융권 가계부채 문제엔 정부를 향해 종합적인 접근을 통한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그는 “대출규제를 높이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사금리 쪽으로 옮겨가 더 높은 금리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고, 시장금리를 올리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 또한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가계부채를 단순히 금융거래 쪽에서만 규제해서는 답이 없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가계부채 대응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대책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는 금융위가 단독으로 추진하려고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장기소액연체자 채무 원금 정책에도 ‘도덕적 해이’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예컨대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채권을 소멸해준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던 채무자에게 상대적 허탈감을 준다”며 “9년간 채무를 가지고 있던 채무자라면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채무에 허덕이는 분들을 채무의 늪에서 구해줘서 다시금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며 “우리 위원장실에도 그동안 열심히 빚을 갚아왔는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 따지는 전화, 정책이 언제 시행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기본은 신뢰인데 그것이 무너져버리면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현 정부가 너무나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시장경제 유·불리 따져봐야” =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더욱 위상이 높아진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는 “공정한 경쟁의 심판을 봐야 하는 공정위가 너무 경쟁에 개입한다든지, 정권의 입장을 위해 룰을 과도하게 수정하거나 새로운 룰을 만들어 버린다면 오히려 공정한 경쟁에 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쟁을 두고는 “정무위원장 임명 후 관련 공청회도 열었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봤다”고 전제한 뒤 “시장경제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해서 현재보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공정한 시장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면서도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한 우리 사회에 부작용이 나타날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잦은 고발로 당사자들이 앞다퉈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시장경제에 혼란이 더 가해질 수도 있다”며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아직 대응능력이 없어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깊이 있게 논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