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배넌, 자신이 설립한 극우 매체 회장 자리서 물러나

입력 2018-01-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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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EPA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화염과 분노’ 논란에 자신이 공동 창간한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브레이트바트는 9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스티브 배넌이 브레이트바트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그의 공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브레이트바트는 배넌이 설립한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임명되며 브레이트바트를 떠났던 배넌은 지난해 8월 경질되면서 대표직에 복귀했다.

최근 배넌이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비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배넌은 책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쿠슈너가 러시아 정보원들과 만난 것은 반역적”이라 말했다. 3일 영국 가디언의 보도로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을 향해 “백악관에서 해고됐을 때 자리만 잃은 게 아니라 정신도 잃었다”고 비난했다.

브레이트바트 관계자들도 배넌에 등을 돌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브레이트바트 이사회가 배넌의 해임 여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트바트의 주요 투자자인 레베카 머서도 배넌을 공개 비판했다. 머서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내놓은 성명서에서 “내 가족은 최근 몇 달 동안 배넌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그의 정치적 의제에 재정적 후원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의 최근 행동과 발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러한 상황에도 배넌은 며칠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결국 배넌은 꼬리를 내리고 사과했다. 그는 7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대통령 취임 1주년의 역사적인 성취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킨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반역적이라고 한 것은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다”면서 “트럼프 주니어가 반역적이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결국 배넌은 자신이 만든 매체의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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