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 부담 완화 위해 검토..인수금융 주선은 우리은행
대우건설 인수 후보인 호반건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본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할 가능성은 커졌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아직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인기 매물로 꼽히지 않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SPC를 세워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사의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금융권에서 차입한 SPC가 이 회사의 인수에 성공하면 대우건설과 합병하게 된다. 이 경우 SPC의 차입금이 대우건설로 이전되면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높아진다. 호반건설은 인수금융 주선 기관으로 우리은행을 선정했으며 자문사는 없는 상태다.
호반건설의 이러한 행보는 본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예비입찰 때 1조4000억 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원하는 2조 원 안팎 가격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호반건설이 본입찰에서 예비입찰 때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본사가 아닌 SPC로 참여하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SPC에 실행한 대출이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 역시 SPC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받아 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SPC 처럼 FI의 이해 관계와 상당부분 얽힌 구조보다 전략적투자자(SI)가 대우건설을 인수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산은이 이번에 대우건설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희망 매각가를 낮춰서라도 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호반건설 이외에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엘리언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이 대우건설 인수 후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대우건설 노조가 중국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해당 후보자에 대우건설 최종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배경이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시 산은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당초 이 회사의 예비입찰에서 일부 참가자는 1조8000억~2조 원 가량의 금액을 제시했지만 적격 인수 후보에서 탈락했다. 산은 관계자는 “자금 조달 여부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 자문단 내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시 책임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산은은 이달 19일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실시한다. 이어 22~26일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10일 종가기준 6080 원이다. 매각공고를 낸 지난해 10월 13일 7150 원 대비 15%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