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시장 규모 ‘10조 원 돌파’가 재현될 수 있을까. 지난해 IPO시장 규모는 총 7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시장 공모금액은 4조4000억 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고, 코스닥 역시 3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기세를 몰아 올해 IPO시장은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 대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 요건’으로 알려진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요건’도 더욱 완화되며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의 상장 도전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는 올해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금액을 기록한 2010년(약 10조 원)을 넘어설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IPO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의 수는 코스피시장 8개사, 코스닥시장 54개사 등, 총 62개 (신규 상장·스팩 제외) 기업이다. 신규 상장한 기업은 전년도 69개사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특히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14개에서 8개로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공모 규모는 얘기가 달랐다. 전년의 6조4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7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선 코스피시장에는 넷마블게임즈, ING생명 등 공모 규모 1조 원이 넘는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했다.
코스닥시장에는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티슈진과 함께 펄어비스, 제일홀딩스, 스튜디오드래곤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이 대거 상장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7조1451억 원 규모로, 코스닥 시장의 외형적인 성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2016년 IPO 시장을 주도했던 IT(하드웨어·소프트웨어·반도체·디스플레이·게임주 등), 경기 관련 소비재(화장품·미디어 등), 건강관리(헬스케어) 업종 강세는 지난해 IPO시장에서도 지속됐다. IT관련 업종은 전체 상장기업의 48%, 경기관련 소비재 업종 19%, 건강관리 업종은 14%의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올해 IPO시장은 이미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공모 기업 수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모금액은 201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부분 공모 규모 1조 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다. 두 기업은 과거 몇 차례 상장을 시도한 바 있으나, 대내외적 리스크의 등장으로 번번이 상장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정유화학 업체들이 호황기를 맞이함에 따라, 이번 만큼은 상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밖에 코스피 상장이 예상되는 애경산업도 공모금액이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올해도 훈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코스닥 IPO 최대어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서비스를 정식 오픈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미 카페24, 배럴, 엔지켐생명과학, 알리코제약 등의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IPO를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고, 현대사료,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파워넷, 일본기업인 JTC 등도 상장예비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코스닥 상장요건 전면 개편안이 담겨 정책적 지원도 기대된다. 그동안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수익성 중심의 상장 요건을 완화한다는 게 이번 정책의 골자다. 앞으 로는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설립 후 3년 이상 경과했고 △계속사업이익이 있으며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과감히 삭제했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 초기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많아 자본잠식이 발생하는 창업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익 미실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요건에는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또는 ‘자기자본 250억 원 이상’이라는 단독 요건을 신설하면서 코스닥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또 상장 주관사들의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테슬라 요건) 기업 풋백옵션 부담도 덜어 줬다.
정부는 이번 상장제도 개편을 통해 상장요건을 충족하게 된 기업은 총 7246곳으로, 기존 4452곳 대비 약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