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슈마허, 수십년 간 부하 직원 상대로 성희롱·성추행 일삼아
월트디즈니가 낳은 브로드웨이의 스타 프로듀서 톰 슈마허가 수십 년간 디즈니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브로드웨이를 쥐락펴락하던 슈마허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동료들은 슈마허가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발언과 음란물 토론, 나체로 사무실을 활보하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1988년 디즈니에 입사한 슈마허는 1997년 ‘라이온킹’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흥행작을 연출한 스타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디즈니가 초기 연극 사업을 하는 데 감독으로 활약한 것이다. 2000년 ‘아이다’, 2006년 ‘메리포핀스’, 2008년 ‘인어공주’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1999년에는 디즈니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사장 자리에 올랐다. 얼마 전에는 뮤지컬 ‘겨울왕국’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 흥행몰이 중이다.
WSJ은 2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1990년 초 스토리 전문 부서에서 슈마허와 일했던 브루스 윌리엄스는 슈마허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윌리엄스는 사다리에 올라갈 때 슈마허가 자신의 엉덩이를 칭찬하는 등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는 당시 이 사실을 두 명의 상사에게 알렸으나 회사 측으로부터 “슈마허가 사과했다”고 간접적으로 답변을 받았다. 이후 윌리엄스는 1995년 디즈니를 떠났다. 현재 60세인 윌리엄스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에 있는 극장에서 안내원으로 일하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겪는 우울증의 상당 부분이 슈마허가 저지른 성희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마허의 비서로 일했던 여성도 폭로에 참여했다. 제인 뷰캐넌은 자신의 아들을 사무실로 데려왔을 때 슈마허가 흑인 아들에게 성적 능력과 관련한 농담을 했다고 폭로했다. 뷰캐넌은 백인이다. 그는 2006년 회사를 나오면서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인사팀의 조사가 있었으나 징계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디즈니 대변인은 “슈마허와 관련한 불만이 접수된 뒤 조사가 시행됐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밝혔다. 슈마허의 측근들은 모두 WSJ의 보도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