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억 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ㆍ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 임대주택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12개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의 3남 이모 씨 등 부영그룹 전·현직 임원 9명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임대주택법 위반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부영주택과 동광주택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3~2015년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불법 분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분양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법령과 대법원 판례에 따른 '실제 건축비'가 아닌 이보다 훨씬 높은 '표준 건축비'를 적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족의 채권 회수 등을 목적으로 아들 이성한 씨가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부실계열사에 우량 계열사 자금 2300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있다. 그는 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삿돈 43억 원을 빼돌려 자녀들의 해외 고가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2010~2013년 자신의 세금 납부를 위한 비자금을 조성하고자 부인 명의 건설자재 임대업체를 설립해 사업을 수행한 것처럼 꾸며 부영주택 자금 155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2014년 아파트 경비 용역 입찰 과정에서 응찰 가격 등을 조작해 조카가 운영하는 용역업체에 9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있다.
2004년 계열사 자금 120억 원을 빼돌려 부영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소유 주식을 피해 회사에 넘겨 피해를 갚았다고 재판부를 속여 집행유예를 받아낸 혐의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풀려난 뒤 1450억 원 상당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2013~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친족이 운영하는 계열사 7곳을 고의로 빠트리고 주주현황을 허위 기재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2015년 자신의 개인 책을 발간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 246억 원을 허위 회계 처리해 출판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검찰 수사는 국세청과 공정위 고발에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2016년 4월,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부영그룹 계열사와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뒤 이달 1일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법원은 지난 7일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하하기 위해 내사 비중과 충실도를 높이는 등 단기간 내 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민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피해 규모가 크고 시장경제질서를 심각히 교란하는 민생침해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