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실사와 관련, 주요 자료의 열람을 거부하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실사를 맡은 삼일PwC는 일부 자료만 열람하는 수준에서 이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와 같은 강제성 있는 조사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9일 산은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GM은 한국지엠과 관계사 간의 이전가격과 원가에 대한 자료 열람을 삼일PwC에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국가 거래인 이전가격과 원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국지엠과 GM 본사, 그 주변 관계사 간의 폭넓은 거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지엠 주변부만 봐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지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삼일PwC가 허용받은 자료 열람권은 사업보고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일PwC의 딜 본부가 실시하는 한국지엠 실사는 자료 열람 범위 합의, 현장 조사, 사후 분석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한국지엠 재무 실사를 벌이기로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첫 단추도 채우지 못했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 사안을 협의 중이지만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일PwC가 한국지엠 실사를 진행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글로벌 기업들은 회사 기밀을 이유로 주요 자료는 회계법인에 제출하지 않고 현장 열람만 허용한다. 이들 기업이 회계법인에 열 가지 자료를 현장에서 보여주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이보다 적거나 일부만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GM은 현장에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GM이 실사에 앞서 제출할 확약서의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GM은 2009년 정관과 주주 간 계약서를 모두 어기고 4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방적으로 실시한 전례가 있다. 이번 한국지엠 사태에서 GM의 태도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금융당국은 한국지엠 감리를 검토 중이다. 현재 금감원은 임의 협조 방식으로 한국지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실사가 우선이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감리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