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한 페이스북 제재 두고 눈치보는 방통위

입력 2018-03-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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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수위 놓고 막판 고심...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결정

방송통신위원회가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페이스북에 대한 제재 수위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미국과 무역 분쟁 소지 문제까지 설켜 생각할 게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솜방망이 제재를 하자니 수년을 끌어온 페이스북 제재를 두고 국내 IT업체들과 언론의 비난이 불가피한 만큼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페이스북 제재 수위를 다음달 초로 연기했다. 당초 2월 말, 늦어도 이달 초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이효성 위원장과 상임위가 제재 수위를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국내 이통사(ISP)와 페이스북 간의 망 사용료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방통위가 이미 페이스북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이해당사자인 국내 통신사와 페이스북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 양측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방통위가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문제는 이미 1년도 넘은 일이라 내부적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조만간 제재 수위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페이스북에 대한 우회 접속 경로를 막아 해당 이통사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쓰기 어렵게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정산을 두고 갈등하다 가입자의 인터넷 접속경로를 해외로 임의 변경해 접속 지연 현상을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실태점검에 나섰고 최근까지 사실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케빈 마틴 페이스북 정책담당 부사장이 직접 방한했다. 마틴 부사장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지낸 거물이다. 그는 방통위 제재 관련 소통 이외에도 한국 시장 전반을 둘러보고 역차별, 조세회피 등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통위의 고심이 길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자칫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이 철강 수출에 25%의 관세를 일률 부과했다. 더불어 한국산 변압기에도 60% 반덤핑관세를 확정하는 등 강도 높은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기업인 페이스북에 제재를 가하면 자칫 무역 보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민감한 상황에 휩싸인 만큼 방통위가 내부적으로 제재 수위를 정해 놓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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