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날 선 공방이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물론 각종 뇌물 혐의를 캐물었으나 이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7시9분께부터 1시간여간 저녁 식사를 한 뒤 다시 조사에 임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를 투입해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의혹을 조사했다.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각종 혐의로 나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비밀 창고' 청계재단에서 확보한 자료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측근들의 진술을 제시하며 이 전 대통령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 △삼성전자 소송 비용 60억 원 대납한 혐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에 국가기관 동원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 이상은 회장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는 물론 회사 설립 종잣돈이 된 도곡동 땅 역시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 비자금 횡령과 투자금 반환 소송에 공무원 동원 등 공모를 전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본인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일이 있더라도 실무진 선상에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는 송경호(48·29기) 특수2부 부장검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민간 영역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측근들을 통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총 17억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밖에 △삼성그룹(60억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등 불법자금 수수 혐의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역시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지시하지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다.
조사는 내일 새벽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미 심야 조사를 위한 이 전 대통령 동의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직 대통령 조사는 관련된 사람이나 국민의 부담을 초래하는 문제라 가급적 조사의 양을 최소화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양해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에도 검찰은 자신감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수 수사에서 피의자 본인 혐의 인정을 전제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계속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검찰이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