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본부장 "미국 차 수입 물량 1만 대 미만이 팩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기자회견에서 "철강 협상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국가 면제 협상을 끝마쳤다. 다만 2015년에서 2017년 3년 동안 대미 철강 수출량의 평균 70%에 해당하는 정도에서 쿼터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농업시장 추가 개방이 없다는 농업 레드라인을 지켰고,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대중국 301조 발동으로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를 통해 철강 관세 면제 여부와 한미 FTA 협상이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이로써 우리 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미 교역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제가 협상가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꿀릴 것이 없는 협상판이었다"며 "라이트 하이저 대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고, 제 뒤에는 두 세대 만에 세계 무역 6강을 이뤄낸 우수한 우리 국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제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주셨기 때문에 한미 FTA를 지킨다는 생각보다는 국익ㆍ국격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미 양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20년(2041년까지) 연장하고 한국 안전기준을 못 맞추더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 수입을 제작사별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 대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5만 대는 실제 수입량과 무관하며 미국으로부터 제작사별 실제 수입 물량은 모두 1만 대 미만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2017년 기준으로 포드사가 8107대, GM사가 6762대, 크라이슬러사가 4843대를 우리 한국 시장에 수출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미국으로부터 제작사별 실제 수입 물량은 모두 1만 대 미만이며 이것은 중요한 팩트다"라고 강조했다.
픽업트럭 관세를 연장한 것은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음을 감안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또 김 본부장은 미국과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협상 중인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국가 면제를 확보한 점을 내세웠다.
그는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면제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철강 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있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본다"며 "이에 따라 잠정 면제 기한인 5월 1일 이후에도 쿼터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계속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나프타(NAFTA) 협상과 연계돼 있고, 대부분 아직 면제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 결과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도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며 "한국은 미국 수출량이 작년 362만 톤이었고, 미국시장에서는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중국 수입물량도 1153만 톤으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 상무부가 제시한 권고안에는 우리나라 등 12개국에만 53%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는 "우리 철강 수출 중에서 대미 수출비중은 약 11%인데, 이번 쿼터 설정으로 인해서 제약된 물량은 2017년 기준으로 약 3%밖에 불과하다"며 "약 20개가 넘는 철강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빠져나오지 못하면 관세가 2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계속 남아있으면 쪽박 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철강 쿼터 적용이 우리나라는 3년치 수입 물량을 기준으로 적용받지만, 여타 다른 국가들은 2017년 기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미국은 초기단계에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우리 측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이며 과도한 요구에 대해 농축산물 제외,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불가, 기 철폐 관세 후퇴 불가와 같은 레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고 난 다음 가능한 좁은 범위에서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그는 밝혔다.
우리 측 관심 분야로는 한미 FTA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관련 투자자에 의한 ISDS 남소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했고, 미국의 수입규제와 관련해 현지실사 절차 규정과 덤핑ㆍ상계관세율 산정내역을 공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실사 관련 규정과 상세한 산정 내역 공개 등 수출 기업에 혜택이 될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보다 더 나아간 조항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부당한 수입 규제에 대해서는 이번 협상 결과와 별도로 WTO 제소 등 다자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WTO상 우리 의무와 권한은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며 "다만 소송보다도 협상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이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