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76.6%↑ 신기록…성장성 기대되지만 매출 비중 95% 쏠림은 부담
약 2000억 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모으며 증시에 상장한 애경산업이 실적 모멘텀과 중국소비주 수혜 분석에 힘입어 3만8000원 선 고지를 넘었다. 최근에는 일명 ‘견미리 팩트’로 유명세를 탄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를 중심으로 종합뷰티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시도 중이다.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그늘을 벗고 화장품 기업으로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IPO 업고 화장품 회사 변신 가속화 = 지난달 22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입성한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및 화장품 제조·판매기업이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1400억 원은 화장품 또는 생활용품 영역에 대한 인수·합병(M&A), 브랜드 마케팅, 시설 및 설비투자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애경산업이 2012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다. 유명 연예인 견미리를 모델로 앞세운 파운데이션 팩트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브랜드의 매출액은 2013년 29억 원에 불과했으나 홈쇼핑 채널 ‘완판(완전판매)’ 행렬에 힘입어 3년간 연평균 239% 성장률을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작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애경산업은 지난달 30일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1% 늘어난 6289억 원, 당기순이익은 76.6% 늘어난 38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약 2723억 원으로 전사 실적의 43.3%를 차지했다.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5년(13.4%) 이후 2016년(26.7%), 2017년(43.3%)까지 3년 연속 성장세다.
최근 중국 소비 테마주 모멘텀이 부각된 것도 긍정적이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리스크가 약해지면서 화장품주로 분류된 애경산업의 수혜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변인 자격으로 지난달 30일 한국을 방문,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애경산업은 작년 9월 중국 상하이법인을 신규 설립하고 중국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상태다. 현재 중국 위생허가를 취득한 제품의 수는 화장품 27개, 생활용품 39개다. 60여 개의 제품이 위생허가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적 가시화와 중국소비 테마주 영향에 주가도 반색했다. 애경산업은 이달 2일 종가 기준 현재 전장 대비 13.6% 오른 3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장중 3만8850원으로 52주 신고가도 다시 썼다. 일일거래량도 폭주해 전 거래일의 5배가 넘는 228만 주를 기록했다. 일중 거래대금은 842억 원에 달했다.
◇간판상품 의존·생활용품 우려 상존 = 다만, 시장에선 에이지투웨니스의 간판 상품인 ‘견미리 팩트’라 불리는 에센스 팩트에 대한 브랜드 의존도가 과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높은 실적은 입증했지만 매출 비중이 95%가 넘어 인기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와 함께 생활용품 부문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애경산업을 비롯해 SK케미칼 등 국내 유명 대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폐 손상으로 사망하거나 질환에 걸렸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그 배경이다.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은 아직 위해성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다. 소송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향후 손해배상이 확정되면 우발 채무로 연결될 수 있어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오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용품사업에 대한 우려가 초기에 주가를 억누르면서 3만3000원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실적 모멘텀이 확인되면서 점진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매력적이지만, 실적 관련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중국 현지 매출 발생 여부와 화장품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지투웨니스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