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실질적 영향 없을 것” vs “리스크 커지는 자동차부품”
◇반도체, 트럼프 통상압력에도 ‘굳건’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력 강화 국면에서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이다. 한국의 반도체 대미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도체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한국 반도체로 완성된 IT기기나 스마트폰이 현지에서 내수로 대부분 소비되고 있는 만큼, 미·중 통상압력의 여파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중국과의 반도체 무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적 고려 대상일 가능성은 낮아보이는 실정이다.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전체 수출은 381억 달러(약 41조 원)이며 이 중 중국 수출 규모는 5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무역수지는 26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중국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고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제안을 제시했음에도 반도체주는 직접적 타격을 입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SK하이닉스는 30일 8만1000원 선을 회복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IT 거래는 퀄컴, NXP, 브로드컴과 연관돼 훨씬 복잡한 전략 게임이 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구입 물량 축소가 아닌 미·중 무역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돼 글로벌 경제 및 IT 섹터 전반에 미칠 것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디스플레이 주는 피해라 = 미국과 중국의 관세 부과로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부품 업종은 이번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태양광 패널, 세탁기에 이어 철강, 알루미늄으로 관세 대상과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재개정 협상에서도 미국이 자동차부품 분야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부품이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업종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중요 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한·미 FTA 재개정 협상 결과에서 우려했던 자동차 관세 부활과 원산지 규정 강화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우려가 일부 해소됐지만, 미국산 수입차의 내수 잠식 가능성이 높아졌고, 한국GM 철수, 현대기아차 리콜 등 자동차 산업 현안이 남아 있어 무역 마찰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 재개정 협상안에서 즉각적인 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단기 대미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국GM의 미국 생산 물량 본국 이전, 한국산 자동차의 리콜을 통한 견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견제 대상이다. 한국은 대중 수출 중 중간재인 부품 수출이 45%에 달하는데, 이 중 주요 수출 품목이 디스플레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악화될 경우 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경우 업황 및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 가전제품의 대미 수출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수출 물량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