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최초 인지 후 주문 차단까지 37분 걸려…위기대응 취약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착오 사고와 관련해 일부 직원 탓이 아닌 전사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위기 대응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직원의 주식매도 행위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9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매도 행위는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형 금융사고”라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인 6일 오전 9시 반경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 총 28억1000만 주를 입고했다. 이 중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16명이 주식 500만 주가량을 시장에서 대량매도하면서 주가는 장중 12% 폭락해 3만5000원대로 내려섰다. 이날(9일) 오전 9시41분 현재 주가는 3만7750원으로 5일 종가 수준(3만9800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원 부원장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 결과,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은 사고 직전인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하고 최종 결재자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이같은 오류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반까지 발견되지 않으면서 대규모 주식 착오 입고가 실행됐다.
위기대응 메뉴얼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최초로 문제를 파악한 시간은 오전 9시31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한 시각은 오전 10시8분으로 주문 차단까지 37분이 소요됐다. 이후 삼성증권은 10시12분 착오주식을 배당금으로 일괄 수정했다. 이후 11시20분 기관투자자로 주식 241만 주를 차입했고, 당일 오후 장 종료(3시 반)까지 260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원 부원장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언급했다.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 메시지와 매도금지 요청에도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해 부당이익을 취득했다. 이들이 당일 판매한 주식은 약 500만 주로 2000억 원어치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해 상장 증권사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이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사인 증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하던 관행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증권사로서 배당 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개연성이 존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점도 드러났다. 삼성증권 발행주식수는 8900만 주에 불과하나 이의 31배 수준인 28억1000만 주가 시장에 유통됐으나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은 채 주식시장에서 거래됐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일명 ‘유령주식’ 유통 문제가 드러났다.
기존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발생했다.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면서 동반 매도한 일반 투자자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원 부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고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또 사고로 실추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우선 이날(9일)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고 철저한 사고 수습을 촉구한다. 또 투자자 피해 보상이 신속하고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피해신고 접수·처리 전담반 신설을 요구했다. 9~10일 이틀에 걸쳐 삼성증권의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현장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또 투자자보호와 주식거래시스템 안정을 위해 11~19일 중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아울러 증권사 전반에 대한 사고예방도 촉구한다. 금감원은 4월 배당 예정인 상장 증권사에 대해 배당 처리 시 내부통제를 철저히 하도록 촉구한다. 또 증권사와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점검한다. 금융위원회와 함게 제도개선 등 재발방지 방안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