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지난해 영업손실 60억...출시 이후 350만병 판매는 고무적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류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제주소주의 영업 첫해 성적표가 나왔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기대에 못미친 실적을 냈으나 이마트는 긴 호흡을 갖고 소주 사업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소주는 지난해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의 19억 원에서 적자가 더욱 불어났다. 매출액은 2016년 1억여 원에서 지난해 12억 원으로 성장했고 순손실은 23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증가했다.
제주소주는 2011년 제주천수로 제주지역 내 두 번째 소주업체로 설립됐으며 2014년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와인과 수제맥주 등을 좋아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로 2016년 6월 이마트가 제주소주와 인수 가계약을 맺었으며 그해 말 190억 원에 최종 인수했다. 이후 이마트는 운영자금과 생산설비 확충 등을 위해 3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마트는 무학 출신 연구소 직원을 영입해 제주소주의 상품성을 개선하는 등 제품 출시를 준비했다. 양산과정에서는 품질관리를 위해 독일과 일본 등에서 인정받은 전문 검사 장비를 도입했고 병 세척을 위한 세병기 등도 보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푸른밤’을 공식 론칭했다. 출시 제품은 알코올도수 16.9%의 저도주 ‘짧은밤’과 20.1%의 고도주 ‘긴밤’ 등 2종이다.
이마트는 ‘푸른밤’이 수도권 등 일반 주류업소에 거의 입점해 있지 않았음에도 출시 이후 현재까지 350만 병가량 판매돼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제주지역 이마트 3개점의 소주 카테고리에서 ‘푸른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에는 몽골에 수출길을 열었고 최근에는 국군복지단에서 관리하는 군 면세 주류에 새롭게 선정되는 등 판로도 다각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제주소주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비롯해 무학과 금복주 등 기존 소주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워낙 견고한 데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등 신세계그룹 내 유통채널은 탄탄한 데 비해 유흥업소와 음식점 등의 네트워크가 미약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이마트는 당분간은 제주 지역 내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이후 내륙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푸른밤’이 지역소주인 만큼 제주 지역에서 활성화가 앞서야 한다는 판단 아래 올해는 제주 지역 판매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장기적인 목표로 투자한 만큼 내륙 판매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발생하면 이마트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