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그룹 리스크의 주요 사례로 삼성과 미래에셋, 현대차, 롯데 등을 정조준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약 두 달 앞두고 각 금융그룹에 경고 신호를 준 셈이다.
25일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은 교보생명·롯데·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차·DB 등 주요 금융그룹 7곳의 임원들을 모아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에서도 이세훈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이 참석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통합감독의 주요 대상이 되는 그룹 리스크의 주요 유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간 금융업법이나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기 어려워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분들이다. 제시된 케이스에서 해당 기업 이름까지 표기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최근에 실제로 일어난 상황들을 토대로 사례를 재구성했다.
우선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비금융계열사 지원 사례로 삼성생명의 삼성중공업 지원을 적시하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적절함을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실시한 1조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삼성생명은 약 391억 원을 출자해 신주의 상당부분을 인수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향후 그룹차원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면서 계열사 간 자금지원이 이뤄진 부분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 경영 악화 시 금융회사로 부실이 전이되거나 불건전 영업행위에 따라 평판이 훼손되고 고객이 이탈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그룹 소속 금융회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은 계열사 자체의 신용도와 영업능력에 따른 진정한 외부자금 조달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래에셋과 네이버의 자사주 맞교환은 그룹자본의 적정성 리스크를 키운 사례로 적시됐다. 지난해 6월 양사는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매입(맞교환)하면서 각자 자기자본을 키운 바 있다.
금융당국은 우호그룹 간 교차출자는 통상적으로 매각제한이나 경영건 침해 금지, 우선매수권 등의 주식 활용 제한 특약이 부과되는 만큼 금융그룹의 자산처분이나 지급여력에 제약이 많다고 봤다. 향후 자본의 충실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이러한 그룹 간 교차출자를 자본규제 시 반영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현대캐피탈이 대주주인 현대차가 판매하는 차량 할부물량의 과반을 점유하다가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로 매출이 급감한 사례 등을 내부거래 의존 과다로 지적했다.
오는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각 금융그룹은 계열사간 출자와 내부거래 등 다양한 리스크들을 자체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7개 회사 임원들에 통합위험관리체계 거버넌스를 신속히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대표회사의 권한 설정과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그룹위험관리협의회·리스크관리 전담조직 설치 등이다.
특히 금융그룹 관련 법제화 이전이지만 그룹위험 실태평가를 조기에 실시해 사전 리스크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하반기 중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모범규준 이행상황과 그룹위험 실태평가를 위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