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장세 끝나 불안한 상황 기대 수익률 낮추고 단기 대응을…안정성 원할 땐 레버리지 지수 금물
3월 24일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와의 개막전으로 2018년 KBO리그가 시작됐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즌이다. 초등학생 아들도 예외는 아닌데, 요즘 고민이 생겼다. 친구들과의 경기에서 자꾸만 삼진을 당하는 것이다. 크게 한방을 노리니 늘 방망이를 길게 잡고 크게 휘둘렀던 모양이다. 무심하게 한주먹 짧게 잡고 살살 휘둘러 보라고 조언했는데, 그 레슨이 그렇게 효과가 있었는지 아들의 안타 무용담은 그칠 줄 모른다. 사실 비법이라기보다는 삶의 지혜에 가까운 것인데 말이다.
어린 아들에게 말한 ‘방망이 짧게 잡고 쳐라’는 처방은 비단 야구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물론이고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시장 상황이 불안해지면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투기자가 아닌 건전한 투자자들은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일단 손실이 나면, 동률 이상의 이익을 봐야 본전이 되는 투자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말이다. 때문에 한방의 큰 이익, 즉 대박보다는 소소하지만 꾸준한 이익이 훨씬 효과적이다. 2월 주요국 주식시장의 급락 이후 지금까지도 그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과거 2~3년 대비 더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특히 ‘짧게 잡은 방망이’가 필요한 때다. 즉, 중위험·중수익 전략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 ELS(Equity-Linked Securities)가 있다. ELF는 ELS를 펀드로, ELT는 신탁으로 투자하는 것이므로 ELS와 같은 것이다. ELS는 미리 정한 기초자산의 가격을, 일정 기간을 주기로 평가하여,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률로 원리금을 상환한다. 비유를 들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중학생 아들에게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제시하는 조건은 중간고사에서 국어·영어·수학 3개 과목의 시험점수가 모두 90점 이상이면 된다. 만약, 어느 한 과목이라도 90점에 미달하면 다음 기말고사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더 힘내라는 격려 차원으로 점수도 85점으로 조건을 한 단계 낮게 제시한다. 또 조건 달성을 못 한다면 다음 시험으로 연기해주고 점수도 낮게 해준다면 아들 입장에서도 제법 해볼 만한 도전이라 생각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올라야 이익을 보는데 ELS는 주가가 하락해도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효과적이다.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보장을 하지 않는다. 만약 만기일의 마지막 조건보다 실제 주가가 더 하락한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만기 이내 중도해지를 하는 경우에도 중도환매수수료 때문에 납입 원금보다 적은 해지 금액을 받게 된다. 3년 정도의 여유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ELS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이지만, 좀 더 보수적인 전략을 원한다면 다음을 고려해 보자. 첫째, 기초자산이다. 개별종목보다는 당연히 주가지수가 안정적이다. 만약 레버리지 주가지수라면 그만큼 변동성은 커진다. 안정성을 원하는 경우 레버리지 지수는 피하라. 둘째, 만기일의 수익조건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낮은 것이 안정적이다. 50%대의 조건이라면 최근 ELS 중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최근 ELS에는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를 더하고 있는데, 가드플러스(Guard Plus)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정해진 기간 동안 특정 수준 아래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약속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골디락스 장세가 끝났다고 한다. 언제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있었나 싶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고민되고 망설이게 되니 말이다. 요즘은 어떤 물건을 선택할 때 가성비와 함께 중요한 것이 가심(心)비라고 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기대치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릎을 탁 쳤다.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 즉 편안한 마음인 것이다. 가늠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과 파고가 높아지는 금융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기대치를 낮추자. 그리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하자. 가심비 높은 투자상품, ELS로 변동성 장세를 잘 극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