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러시아 동맹 강화…화학무기 사용 둘러싼 진실공방

입력 2018-05-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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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로바 러 외무부 대변인 “러시아 배후설은 영국 정부의 거짓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영국 군인들이 전직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부녀가 중독된 솔즈베리 쇼핑센터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솔즈베리/EPA연합뉴스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영국이 반러시아 동맹을 강화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반러시아 동맹을 강화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주 요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 등 네 개의 주요 정상회담에서 반러시아 동맹 구축 계획을 실행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은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거듭 부인하자 압박을 넣기 위해 내려졌다.

영국 외무부 관계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시리아 두마와 영국 솔즈베리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을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존슨 외무장관은 추가 압박을 위한 국제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은 러시아의 가짜 뉴스 유포에 대응하고 화학무기 사용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데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도 정부의 러시아 압박에 동의를 표했다. 의회는 영국 경제에 단기적인 피해를 주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경제 분야에서 안보와 외교 정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에 도달했다. 각 부 장관은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사이버안보, 나토의 군사태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제재, 러시아발 가짜뉴스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 등을 논의하면서 러시아 봉쇄 전략을 추구하기를 바라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의 움직임에 발끈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개가 걷히면서 메이 정부의 거짓말이 점점 분명해진다”며 영국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메이 정부의 첫 번째 거짓말은 포튼다운 연구소의 발표를 무시하고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제조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번째 거짓말은 러시아 정부가 부인했던 역사를 들먹이며 러시아가 스크리팔 부녀를 해칠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 번째 거짓말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노비촉은 러시아에서만 제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도 노비촉 개발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글의 마지막에 “내일 자세한 브리핑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3월 4일 전직 영국·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 스크리팔은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독극물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초 영국 정부 산하 군사 연구기관인 포튼다운 연구소는 스크리팔 부녀가 중독된 물질이 옛 소련이 개발한 화학무기 ‘노비촉’임을 확인했지만 러시아에서 제작되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 주도 암살을 시도해왔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는 공격에 사용된 물질이 소련에서 개발한 노비촉이라는 이유만으로 러시아가 주도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포튼다운 연구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 20여 개국이 노비촉을 생산한다”며 “영국 정부의 주장은 반러시아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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