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월간 원유 수입량 3700만 톤 이상으로 사상 최대 수준…정유제품 수출 등으로 수요 강해
최근 국제유가는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미국 셰일유 생산 증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 지속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된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중국은 올해에도 왕성하게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지난해를 능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국의 월간 원유 수입량은 3700만 톤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춘제(구정) 연휴가 있던 2월을 제외하면 매월 이 수준을 넘기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는 3946만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0만 톤 증가했다. OPEC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등에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분이 앞으로 수년에 걸쳐 하루 30만 배럴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이미 빗나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분은 하루 약 120만 배럴에 달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의 유전들이 현지 수요를 맞추기에 역부족인 상황에서 정부는 자국 내 3대 국영 석유업체들에 원유보다 천연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이 수입하는 막대한 원유를 단지 자국에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유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멍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정유제품 수출쿼터 규제를 완화했다”며 “이에 올해 수출된 정유제품 규모가 이미 지난해 전체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12개월 동안 2600만 톤의 정유제품을 순수출했다. 중국은 수년 전만 해도 정유제품 메이저 수입국이었으나 이제는 한국 쿠웨이트 인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출국이 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다만 미국 금융전문매체 CNN머니는 중국이 트럼프의 대이란 제재를 따르지 않아 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미국 제재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겠지만 중국이 그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으로, 올해 이란이 수출한 원유의 약 3분의 1이 중국으로 향했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란 글로벌 에너지 투자전략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를 고려하면 중국이 이란 제재를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제재가 있던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하루 평균 42만 배럴과 48만1000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지난달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규모는 하루 평균 70만 배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