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보단 시세 조금 낮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등…재건축 진척도 빨라
하지만 이제는 ‘강남 3구’에 강동구를 더한 ‘강남 4구’라는 말이 더욱 보편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강동구가 단순히 서울 동남권에 같이 위치했다고 해서 묶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규제가 증명해 줬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부동산 대책이었던 11·3 부동산 대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서울에서는 서초·강남·송파·강동 4구에서 동시에 적용된 것이다. 강동구의 부동산 시장의 열기만큼은 누가 뭐래도 서초·강남·송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는 정부의 공식 인증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둔촌동, 그리고 강동구를 상징하는 아파트 ‘둔촌주공’ = 이렇듯 명실상부 강남4구의 막내로 자리잡은 강동구. 그곳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는 둔촌동에 밀집돼 있다. 보다 정확히는 ‘둔촌동에 둔촌주공아파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둔촌동은 강동구 동남부에 위치해, 남쪽의 둔촌1동과 북쪽의 둔촌2동으로 나뉜다. 둔촌1동은 0.92㎢의 행정동 전체가 모두 둔촌주공아파트 1~4단지로만 구성된 행정구역이다. 둔촌동이라는 행정구역 면적의 절반, 또한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자치구 전체에서 가장 값비싼 아파트인 만큼 둔촌주공아파트는 곧 둔촌동 자체를 의미할 정도로 상징성이 큰 아파트다.
둔촌주공아파트는 1~4단지 통틀어 143개동 5930가구 규모로 1980년에 완공됐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동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상위 4곳은 모두 둔촌주공아파트가 1,2,4,3단지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3.3㎡당 가격을 기준으로 각각 1단지 6623만 원, 2단지 6201만 원, 4단지 4376만 원, 4단지 4184만 원 순이다. 이밖에 상위권의 재건축 아파트들인 5위의 고덕주공6단지까지는 3902만 원으로 거의 엇비슷하다고 쳐줄 수 있지만, 6~7위의 명일동 삼익그린2차와 삼익가든맨션의 2758만 원, 1944만원에서부터는 상당한 수준의 가격차가 나게 된다.
언뜻 보기엔 둔촌주공1·2단지와 3·4단지 간 단위당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서로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인가 싶지만 실은 주택 크기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둔촌주공 이전의 강남 주택 개발에서 지나치게 획일화해 만든 주택 규격에 대한 반성으로, 둔촌주공아파트 조성에서는 1·2단지는 저층인 5층에 전용 면적 50~80㎡대의 소형면적으로, 3·4단지는 비교적 고층인 10층에 71~99㎡의 중형 면적으로 구성을 다양화했다. 보편적으로 그러하듯 소형 주택의 경우 작은 면적에 집약된 주택 가치로 단위당 가격이 높고 크기가 커질수록 단위당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둔촌주공1·2단지의 전용 50㎡대 가격은 11억 원대, 전용 80㎡대는 12억~13억 원대로 나타나며 3·4단지의 경우 전용 99㎡의 가격은 14억 원대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어 특별히 둔촌주공1·2단지가 크기를 무시하고까지 3·4단지보다 비싸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둔촌주공’도 ‘강남권 주공아파트’… 잠실·압구정이 부럽지 않아 = 송파구의 ‘잠실주공아파트’, 강남구의 ‘개포주공아파트’, 서초구의 ‘반포주공아파트’ 등에서 알 수 있듯 현재의 강남권에서 주공아파트가 손꼽히는 고가 아파트인 것은 흔한 일이다. 1970~80년대께 3000~5000가구의 초대형 규모로 널찍한 공간에 자리잡고 있어 현재 대부분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운 강남권 주공아파트의 가치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강남권 주공아파트와 함께 태어난 형제인만큼, 둔촌동은 잠실동·반포동에 비할 수 없을지라도 ‘둔촌주공아파트’만큼은 이들 지역의 아파트가 부럽지 않다. 한국 재건축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라고도 불리는 잠실주공5단지의 3.3㎡당 매매가는 5349만 원으로 둔촌주공의 시세가 약 1000만원가량이 더 높다. 그 유명한 ‘한국의 베버리힐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시세도 3.3㎡당 5900만~7300만 원으로 둔촌주공의 시세와 현격한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높은 시세 형성은 다른 구축 아파트에 비해 진도가 빠른 재건축 사업 진척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둔촌주공은 같은 해 7월 20일부터 1월 19일까지 모두 재건축 이주를 마쳤다. 최고 35층 1만1106가구로 변신해 또다른 의미의 강동구 랜드마크로 거듭날 이 단지 재건축은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는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시공사 하나하나마다 어지간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모셔보기도 어려운 최고의 건설사라는 점 역시 둔촌주공아파트가 이 시장에서 가지는 위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