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후계구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움직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로 구광모(40ㆍ사진) LG전자 상무가 LG 사내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4세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식품첨가물 제조업체 보락은 29.82% 오른 283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이 20억 원에 육박, 상승세를 주도했다. 보락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하루 투자 금액이 1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3월 28일 이후 약 두 달만이다.
보락은 구 상무의 장인 회사다. 구 상무의 아내인 정효정 씨의 아버지가 보락의 정기련 대표이다. 갑작스런 상한가는 구 상무가 LG그룹의 후계자로 나서게 되면 사업 연관성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락은 식품첨가물 및 원료의약품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335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을 기록했다.
보락은 2009년 10월 구 상무와 정 씨가 결혼한 이후 생활용품 원료 공급과 관련해 밀접한 관계를 이어갔다. 보락이 올해 1분기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보락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2%에 달한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16.16%)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12년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시달리며 주요 매출처의 세부 항목을 보고서에서 누락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제지사업체 깨끗한나라 역시 LG그룹의 이번 경영승계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2.07% 오른 41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우선주인 깨끗한나라우는 13.70% 오른 1만9500원까지 치솟으며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깨끗한나라는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와의 지분 관계가 부각되며 상승했다. 구 상무는 구본능 회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양자이다. 현재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의 지분 28.29%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구본능 회장은 희성전자의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전문가들은 LG 오너 일가의 이른바 ‘장자승계 원칙’을 언급하면서 구 상무의 이번 등기이사 선임이 사실상 후계구도를 굳히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LG가 지난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인수해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면서,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을 경우 단숨에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관계로 얽혀있는 관련 상장기업의 주가 상승은 다분히 테마 형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락과 깨끗한나라의 이날 주가 급등은 단기 테마주 현상에 불과하다”라면서 “LG그룹과의 실질적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무분별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