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땅콩회항’ 당시 항공기를 조종했던 조종사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에 대한 징계를 4년 만에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갑질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징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며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17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땅콩회항 당시 항공기 조종사 A 기장과 조 전 부사장, 여운진 당시 객실담당 상무 등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오는 18일 연다.
땅콩회항은 2014년 12월 5일 조 전 부사장이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 리턴(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박창진 당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사건이다.
A 기장은 당시 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 항공기를 이동시키다 조 전 부사장의 지시를 받고 항공기를 돌려 박 사무장을 공항에 내리게 해 항공 법규를 위반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램프 리턴이 부당한 지시라는 사실을 알고도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구두경고나 경고장 제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지위를 이용해 강제 회항을 지시한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토부가 사건 발생 3년 6개월이 지나도록 조치에 나서지 않다가 이제서야 나섰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사건 직후 대한항공 등에 대한 조사 결과 브리핑 등에서 램프 리턴의 책임을 물어 대한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법원 판결 결과 등을 통해 사건 내용이 파악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징계를 내리겠다는 식으로 입장이 바뀌었고 '유야무야' 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 등으로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악되자 국토부가 뒤늦게 미뤄뒀던 땅콩회항 징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민 전 전무의 진에어 위법 등기이사와 관련 자체 감사를 실시할 만큼 상황이 엄중해지자 국토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털기 위해 해당 기장의 징계를 재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